<호라이호라이>는 <호라이>의 스핀오프라고 해도 좋을 법한 호라이의 탄생과 모험을 다룬 그림책이다. 태초에 알이 있었다. 그 알을 깨고 나온 건 다름 아닌 계란 후라이. 동그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던 계란 후라이는 두 다리로 벌떡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 계란 후라이는 따뜻한 밥 위에 얌전히 올라가 있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호라이’라 명명한 이 발칙한 생명체는 밥 위를 벗어나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나는 왜 호라이일까? 왜 하얗고 노란 걸까? 질문은 끝이 없었고 호라이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 고양이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하면서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었다. 식탁 위에 올라간 호라이는 그곳에서 수많은 호라이들을 만났고 그들은 식탁을 박차고 우주로 떠나갔다. 우주라는 거대한 냉장고 속에서 지구를 비롯한 수많은 행성들 역시 하나의 알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자아 탐구와 존재론적 운명 등을 다루는 것 같지만 사실 서현 작가의 여느 그림책처럼 유쾌하고 재미있었다.우리가 사는 지구도 결국 톡하고 깨져버릴 알일 뿐인데 그 안에서 아옹다옹 다투면서 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탁을 벗어나 필사적으로 달아난 호라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