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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떠난다, 미식으로 세계 일주 - 음식 문화 큐레이터 잇쎈틱이 소개하는 99가지 ‘진짜 그 맛’
타드 샘플.박은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아니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어렵던 작년.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를 나가기는 두려운게 사실이다. 집순이인 나도 1년이 지나니 몸이 근질근질한데...다들 얼마나 답답하겠는가..하지만 모두를 위해서 조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나도 1년에 한번씩은 여행을 가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2018년 여름에 다녀온 홍콩을 끝으로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내가 1년에 한번은 여행을 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되면서 느낀 것이다. 물론 일본이라는 타지에 있으면서 경험하는 것도 충분했지만, 일본의 다른 지역 뿐만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다 기억에 남아 추억이 되고, 배움이 되면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여행의 목적이 무얼까? 역사적인 곳을 방문하여 보고 배우는 것,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것 등등 많은 이유로 여행을 떠날 것일 것이다. 나는'여행은 먹으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1인이다. 어디를 가든지 평소에 먹지 못했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고 또 그 음식은 그 지역의 특성과 그 나라의 역사를 거쳐온 것이기 때문에 음식이야 말로 여행의 목적이 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음식 문화 큐레이터 '잇쎈틱'이 99가지 '진짜 그 맛'을 소개하는 책이다.
잇쎈틱이 뭐지? 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니 미식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가 의문을 풀어주었다. '먹다eat'와 '진짜의authentic'. 두 단어의 합성어.'그 나라의 맛'을 충실히 재현한 식당을 소개하고 있는 플랫폼의 이름이라고 한다.
두 저자는 말한다 - 잇쎈틱은 '맛집 소개'가 아니다. 맛을 판단하는 우리의 미각은 저마다의 경험과 기호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작동되지 않나. 입맛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기준 삼기로 한 까닭이다. -
그렇다 예전에 도쿄에 있는 터키음식점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터키음료 아이란을 마셔보고 싶어서 시키려고 하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요구르트음료가 아닐것이라고 먼저 얘기를 해주었다. 그래도 궁금해서 아이란 한잔과 무난한 음료한잔을 주문했다. 음식과 음료가 나왔는데 친구가 아이란이 너무 짜서 못먹겠다고 했는데.. 내 입맛에는 짜지 않았다. 먹을 만 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아이란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입맛은 다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입에는 맞아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도 있는거라.. SNS에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실망하고 올때도 있지 않은가? 그럴때는 나는 이런 맛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라고 경험했다 치면 되는 것이지..
책의 저자 타드샘플과 박은선(사라)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싱그러운 그리스의 식탁 노스티모를 비롯해 1장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미얀마, 그리고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 2장 유럽의 미식 국가 대표주자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영국, 독일, 폴란드, 체코, 스웨덴, 그리스, 3장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4장 요르단과 예멘, 모로코, 남아공 이렇게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음식과 연결된 내용의 칼럼으로 지식을 더하고, '한 걸음 더' 코너에서는 한걸음 더 들어가 짤막하게 가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잇쎈틱이 제안하는 매력적인 미식 여행 코스를 추천해주고 있는데 서울에 있다면 정말 참가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코스이다. 그 중에 '씨네맛' 코스. 말 그대로 참석자들은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음식을 먹는데, 이 음식은 현지 셰프가 정통 방식으로 손수 준비한 것들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소셜다이닝, 소셜와이닝,시킹더소스 코스가 있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가게들을 동네별로 나누어 있어서 독자들이 찾기 쉽도록 되어 있다.
확실히 그 나라의 음식을 알게 되면 그나라가 보이는 것 같다. 한 나라의 음식이 다른 나라를 거치며 그 나라에 흡수되어 토착화되는 사례들이 많았다.
덴푸라가 포르투갈이 나가사키항을 통해 처음 일본에 들어왔던 16세기부터 생겨난 식문화이고, 본래 반미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사람들이 바게트를 변형해 만든 음식으로, 그들만의 재료와 소스를 채워가며 독자적인 문화를 이룬 결과물이라는 것. 러시아에서 왔지만 지금은 브라질 사람들이 날마다 즐겨 먹는 국민 음식이 된 스트로고노프, 레바논에서 온 브라질로 온 키베, 케이준치킨이 왜 케이준인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했던게 아니었고 그 음식의 역사를 알게 됨으로써 그 나라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잇쎈틱에서 소개한 가게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셰프들이 자신들의 나라의 음식의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것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과, 타지에와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으로나마 그리운 고향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말인즉슨, 본토의 맛을 지키고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같은 경우는 그 맛을 재현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따를 것인데.. 최대한 그 맛을 살려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델리가 생기고 그나라의 식품을 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등이 생겨남으로써 그들에게는 좀 더 고향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지 않을까?
그들 뿐이겠는가? 해외여행이 어려운 지금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그나라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여행갔을때의 추억. 혹은 앞으로 가고 싶은 나라의 맛을 먼저 먹어볼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니까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백종원님이 출현했던 스트리트푸드파이터를 예전에 봤지만 또 보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것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스트리트푸드파이터의 책 버젼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배가 고프고 침이 고였다. 저자가 음식을 이야기해주는데 마치 영상으로 보고 있듯이 생생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지식이 방대한분들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맛을 표현하는데 이렇게나 생생하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이 서울지역이었다는 것. 그도 그럴것이 그 나라의 음식 그대로를 맛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이해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제주도가 3군데나 있어서 찾아가 보려고 한다. [서귀포에 까사디노아(이탈리아), 베이크샵 스니프(미국), 아살람레스토랑(예멘)]
그리고 음식 뿐만 아니라 함께하면 어울리는 술을 추천해주고,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메뉴를 제안해주고 있어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팁이 될 것같다. 그리고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 방법이라든가, 식당의 분류, 음식점 뿐만 아니라 펍, 델리 등 그나라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까지 음식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음식은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요리는 한 끼를 때우는 일 이상의 그 무엇이다. 역사 속 한 장면을 설명하는 상징물로서 요리만 한 게 또 있으려나?
즉, 아는 만큼 맛있다. 라는 생각을 갖고 그 음식을 매개체로 그 나라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은 지금 시대의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잇쎈틱에서 소개하는 곳을 방문해 보고 나도 'Una Vera Norma'라고 외칠 수 있는 음식을 만나게 된다면, 코로나가 끝나서 그 나라에 직접 여행을 가서 진짜 그 맛을 비교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