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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ㅣ 테마로 읽는 역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코로나로 전세계가 난리여도 계절은 오는구나. 봄이다.
봄이라고 하면 우리는 새로운 시작, 생명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이 아닐까? 꽃 봉오리가 봄의 시작을 알리면 사람들의 마음도 겨울눈 녹듯이 따뜻해 진다. 올해는 봄이 빨리 찾아왔는지 벚꽃이 예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폈고 또 일찍 졌다. 생각보다 일찍 핀 꽃에도 사람들은 봄이 왔다며 여기저기 꽃놀이를 하고 SNS에도 각종 꽃사진들로 봄이 찾아왔다.
이렇듯 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열게하는 힘이 있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는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캐시어 바디는 일상 소재가 문학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상상의 원천을 제공하는지 탐구하길 좋아하는 미국 문학과 문화사에 정통한 영문학자로 이 책은 계절별로 나누어 16가지의 꽃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계절별로 피는 시점만을 고려해서 꽃을 나눈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온실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이제는 4계절 내내 우리와 함께하는 꽃들도 많고, 나라마다 기후가 달라 4계절로 나누어지지 않은 나라도 있기 때문에 계절을 상징하는 꽃의 힘이 지역별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이 된 16가지 꽃은 (봄) 데이지, 수선화, 백합, 카네이션, (여름) 장미, 연꽃, 목화, 해바라기, (가을) 사프란, 국화, 메리골드, 양귀비, (겨울) 제비꽃, 제라늄, 스노드롭, 아몬드. 이렇게 나누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일 첫 장을 장식한 데이지.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이지꽃은 미국인들에게는 순수와 평화의 상징이다. 1964년 미국대통령 선거의 리든 존슨 측의 선거광고 이야기가 책에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예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다. 그 때 소녀의 눈동자의 꽃이 바로 데이지였구나... 그리고 그것은 아마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가 연상될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깜짝 놀랐다. TV에 나왔을때도 데이지꽃이라고 얘기했겠지만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것은 소녀의 눈동자의 꽃과 그 한 차례의 광고로 존슨이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겼구나. 정도였는데 데이지가 미국인들에게는 어떤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꽃이 상징하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파급력이 쎈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름꽃으로 분류된 연꽃. 연꽃하면 불교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절에 가면 연꽃을 탄 석가모니상도 보았었고,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연등을 달아 그 날을 기리는 등 불교와 땔 수 없는 꽃이기 때문이다. 물 위로 1미터 이상 솟아오른 연꽃 줄기는 일상적인 생각을 훌쩍 뛰어넘어 영적인 깨달음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여겼다. 사실 모든 식물이 흙에서 출발해 하늘을 향해 자라기 때문에 어떤 종류든 이 주제를 나타낼 수는 있다. 하지만 연꽃에는 흙이 묻지 않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서 처음 이야기한 이 개념은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철학으로 압축되었다. 부처, 싯다르타 고타마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 물에서 태어났지만, 수면 위로 올라가 물에 닿지 않고 서 있는 푸른색, 붉은색, 흰색 연꽃처럼 타타가타(깨달은 존재)는 이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극복하고 세상에 더럽혀지지 않고 산다. - 세기말의 호사스러운 물건에 등장하는 연꽃은 애착에서 벗어나거나 물질세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19세기에 일과 여가에 관한 논쟁이 불붙었을 때 연꽃 먹기는 그저 연꽃 열매를 먹는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어떤 이유에서든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만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목화하면 어떤게 생각나는가? 나는 드라마 도깨비가 생각난다. 그 당시 드라마에 나왔던 목화와 메밀꽃이 한창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역사속의 목화는 특히 흑인들에게 있어서 목화는 그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었을까? 흑인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그 후에도 목화에 둘러싸인 세계에 갖혀지내야 했던 남부의 흑인들. 19세기 말 세계 목화 가격이 내려가고 땅도 부족해졌고 목화를 갉아 먹는 목화 바구미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태도는 복합적이었다. 목화를 망가뜨려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바구미가 한편으로는 일종의 영웅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북부의 공업 도시로 향하는 수십 년어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1919년 앨랍거마주 엔터프라이즈 시민들은 경세 다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은 목화 바구미에 깊은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기념비까지 세웠다. 엔터프라이즈 주변에서 목화 대신 땅콩 농사를 지으면서 땅이 다시 비옥해졌을 뿐 아니라 그 지역 농부들의 삶도 윤택해졌기 때문이다. 흑인들의 역사에 있어서 목화는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누구에게는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존재가 목화인 것이다. 이 책에서 알게 된 내용중 중국이 목화씨를 달에 보냈다는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과학자들은 도전을 하겠지... 이 글을 읽고 나는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인간의 이기심이 먼저 떠올랐다..
해바라기하면 생각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노랑은 정말 강렬한 나머지 태양처럼 뜨거움을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그가 집착했던 노란색이 정신질환을 알수있는 것이었다니...
20세기 후반에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해바라기로 어린이의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 포스터가 많았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녹색당의 환경보호 운동이나 반전 운동에서도 해바라기를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것이 '식물 정화' 오염된 땅과 지하수에서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는 데 활용하는 과정을 보면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이익만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1994년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주위 출입 제한 지역에 해바라기를 심었고 그 해바라기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주었다. 비록 땅의 오염물질 제거에는 여러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작은 연못에 띄운 해바라기들은 열흘 안에 오염물질에 95퍼센트를 제거했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겨울정원을 만들며 여러가지 식물들이 개인정원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또,식물표본, 자신들의 수집품을 화보로 기록으로 맨 처음 식물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린 사람은 식물의 의학적인 효과에 관심이 많았던 약제사들이었다.
특별히 수집한 식물들을 영원히 기록해 '휴대용 정원'을 만들려는 개인적인 필요에서 화보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양한 꽃을 모아놓은 호사스러운 책을 판매하는 시장도 생겼다. 1616년, 장 프라노가 펴낸 겨울 정원에 관한 책, [겨울 정원, 꽃 전시실에서]는 ''자연이 우리에게서 꽃을 도로 가져가는'' 슬픈 계절에 대한 해독제였다. [겨울정원]에는 봄꽃과 여름꽃 그림들이 잔뜩 실려 있고, 함께 실린 시들은 모두 지나간 계절을 아쉬워하는 비가였다. 하지만 [열두 달 꽃들]에는 슬픈 계절이 없다. 켄싱턴 묘목장에는 1년 내내 꽃을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퍼버 책의 주요 목적이다.
지금도 꽃 하면 사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당시에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온실을 만들거나 정원을 가꾸었다. 지금의 나를 비롯해 나의 주위의 사람들도 꽃 카달로그를 정기구독하는 사람은 없다. 내 주위에는 없어도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전에 정기구독을 하면서 꽃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심지어 꽃을 즐길 수 없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죽음의 계절이라고 말하는 문학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있으니까 봄과 여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런 결핍이 온실을 만들어 추운곳에서도 꽃을 가꿀 수 있게 되었고, 교통의 발달로 따뜻한 지역의 꽃들을 옮겨 온실에서 키울 수 있게 되었으니 겨울정원이 탄생한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다뤄진 많은 꽃들 뿐만 아니라 많은 꽃들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상징하는 의미가 변화되어 왔다. 그럼 그것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꽃의 모양, 향, 특성 등을 고려해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4.3이라는 아픔의 역사가 있다. 제주4.3을 상징하는 꽃은 동백꽃이다. 그 의미는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게 겨울꽃인 동백꽃의 제주의 4.3의 아픔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에서 총검 앞에서 국화꽃을 들고 있는 카스미르의 사진을 보면 꽃의 위력을 알게 된다. 이처럼 꽃은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카미카제처럼 벚꽃을 이야기하며 전쟁을 선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파급력이 있는 상징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다.
루소는 ''식물에 관심을 기울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고, 기분 전환이 되며, 고통스러운 느낌이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또, 식물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도 괴로운 "맥빠지고 게으른 상태, 공허함,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해결책이라 우울증에 시달린 작가 샬럿 스미스는 말했다.
[작은 아씨들]에서 에이미 마치는 아픈 로리에게 제라늄을 반려식물로 빌려준다. [제니의 제라늄]에서 엄마 없는 주인공은 자신이 기르는 제라늄에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고, 제라늄은 자신만의 감동적인 언어로 대답한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요새 나온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는 요새 나왔겠지만 말이다.
꽃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밥먹을 돈도 없는데 꽃을 어떻게 사느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꽃을 사야만 되는 것은 아니니까. 요새는 식물원을 이용할 수도 있고 공원에서도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집에서 즐길 수 있겠지. 그래서 플랜테리어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식물과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이것 또한 또 다른 시대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예쁜 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꽃 하나하나 개성과 특징이 다르며, 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꽃을 향한 인간의 일방적인 사랑인것 같지만, 자연이 그렇듯이 꽃은 항상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과 안정을 주고 넓은 범위로는 먹을것과 입을것과 심지어 약재까지. 많은 것을 주고 있으니 일방적인 사랑은 아닌것 같다. 그렇게 인간은 꽃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