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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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펼치고 나는 이 소녀를 놓을 수가 없었다.

실카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이 불씨는 그녀를 계속 버티게 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 이 불씨 때문에 눈에 띄고 선발된다. 이 불씨를 억누르고 통제하고 지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한 픽션이다.

정말.. 소설이기만을 바래보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것은 틀림없다.

이 끔찍한 이야기가 정말 있는 이야기라니....

3년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갇혀 지냈던 18살 소녀 실카. 하지만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매춘에 스파이, 나치와 결탁한 죄로 노역 15년형을 받고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라크 강제노동 수용소로 옮겨진다.

또 다른 수용소에서의 그녀가 살아남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것이다.

저자는 왜 책의 제목을 [실카의 여행]이라고 지었을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은 재미있는 추억을 쌓고, 휴양, 또는 배움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녀의 삶의 여행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일들이기 때문에 의아해했다.

새로운 곳에서 실카는 살아남기 위해 극도로 견제하고 조심하며 지내다가 조시의 화상을 계기로 병동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실카는 고된 노역을 하는 막사의 동료들을 위해 그들보다 편안하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감정으로 남는 음식이나 붕대 등. 생활에 필요할것들을 막사에 제공하여준다. 모든 것이 처음이던 그녀의 동료들. 막사 사람들과 부딪치고 싸우지만 결국 그들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그 곳에서의 생활을 버텨나간다. 막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끌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 분개할수 밖에 없었다. 그들과는 다르게 실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유태인이와 있다는 자체로 주위사람들은 그녀가 대충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는지 짐작을 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도 그렇고, 병동에서도 그렇고 그녀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자신의 운명에 좌절한다. 이 후, 산부인과병동에서의 탄생을 맞아주는 일을 하게되고, 또 이후에 일반병동으로 옮겨 구급차를 타게 되면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역활을 한다.

그녀가 아우슈비츠에서 25구역을 관리하게 되었을때, 수용자들의 그녀가 배신자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선택된게 아니라 선택되어진 것일지언정, 수용자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의 의도를 안다해도 25구역은 가스실로 가기 직전의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 다른 수용자들이 알 도리가 있었을까?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는 언니 마그다와 친구 기타, 다나를 위해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다. 보르쿠타 굴라크 강제노동수용소에서도 그녀는 자신들의 동료와 특히 조시를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조시는 실존인물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이 끝나고 책 뒤편에 실려있는 실카를 찾아서와 실카의 삶에 대해 읽어보면 소설의 실존인물과 아닌인물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는데.. 조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것을 보면... 조시는 실존인물이 아니거나 실카가 도와준 막사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인물로 만들어낸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강제노동수용소 라는 체감이 안되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힘든 곳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지키고 돌볼 수 있었을까? 특히,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조시와 아기를 위해 쓰다니... 마음은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라면 친구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생명과 나의 삶이 걸린 선택을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시의 행동이 실카에게는 짐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시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실카와 얼마 차이나지도 않는다. 그런 그녀가 조시에 관한 일이라면 자기 일은 생각하지 않고 나서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보호받아야할 아이가 그러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그녀 곁에 옐레나 게오르기예브나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조시가 떠나고, 동료들도 떠나가고, 처음으로 이성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된 알렉산드르와의 마지막을 고하게 될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옐레나 선생님이 떠날 것을 알게 되고.. 또 다시 나는 실카는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야 할까.. 걱정하는 차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석방이 되어 모두와의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나오게 된다.

홀로서게 될 그녀가 걱정이었지만.. 기차역에서의 재회로 그녀에 대한 나의 걱정을 한숨 내려놓게 되었다. 그 부분이 약간 갑작스러웠지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잘 해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쟁에 있어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일까? 여성과 아이들이 아닐까? 남성들이 들으면 화가 날수도 있지만, 여성들은 힘에서 약자에 속하고 아이들 역시 그러하다. 그런 전쟁통이나 강제수용소같은 곳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는 많이 들어봤을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수용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더군다가 이렇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 수용자들의 이야기는 더욱더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놀라웠다. 어째서 이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반역자로 몰려 강제노동수용소로 들어갔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했을때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나치에 의해 당한사람들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니...

인간의 본성이 그런것인가?

작가의 전작인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주인공인 랄레 소콜로프가 이야기 해준 실카의 이야기. 나는 실카의 여행을 먼저 알게 되어 읽게 되었지만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역시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

실카가 아우슈비츠에서도 그렇고 굴라크 강제노동수용소에서도 그렇고 왜 주위의 사람들을 챙기고 함께 해 나갔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가 없다. 아무리 힘든 곳에 있어서도 실카는 그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그들을 지키고 감쌌던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남기위해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안부할머니들과 강제징용된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는 영화와 뉴스로 접해도 끊임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들이 무슨 잘못으로 그런 일을 겪어야 하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자신들의 일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제 살아계시는 분이 몇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이 겪었던 슬픔과 아픔이 치유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르게 보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내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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