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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정원 -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 그리고 풀들
박미나(미나뜨) 지음, 김잔디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지금이책 / 2021년 3월
평점 :

만연한 봄이다. 제주는 작년보다 일찍 벚꽃이 핀 것 같다. 봄과 꽃. 단어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꽃과 나무, 열매, 식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책의 내용 그때의 그 감성들을 되살릴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나는 빨강머리앤을 책으로 읽지 않고 TV만화로 접했는데, 초록색지붕과 전원풍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책에는 만화로 제작방영된 부분 외에도 《에이번리의 앤》,《레드먼드의 앤》 등 빨강머리앤 시리즈에 나오는 식물들이 등장한다.
저자인 박미나 작가님은 편집디자인, 시각디자인일을 하다가 지금은 꽃과 식물을 주제로 물빛 가득한 수채화를 그리는 일을 하시는 작가가 되셨다고 한다. 따뜻한 감성을 담은 그림들로 해마다 전시회를 열고 있고, 저서로는 아트북 독립출판물 아트북[꽃피우다]가 있다.
책을 보고 궁금해서 작가님의 인스타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봄이 한가득한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 책 답게 목차도 그림들로 나누어져 있고,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식물사전이 ㄱㄴㄷ순으로 설명이 첨부되어 있어서 읽다가 궁금한 식물이 나오면 찾아볼 수 있게 구성이 되어있다.
그런 감성 가득한 책의 스타트를 펼친 꽃은 '제라늄'
''아, 저는 사물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해요. 그저 제라늄일 뿐이라고 해도요. 이름이 있으면 좀 더 사람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냥 제라늄이라고 부르면 제라늄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 기억이 난다. 이 대사 하나로 앤은 어떤 아이 겠구나. 하고 예측이 가능하고 또 이 책의 탄생의 의의를 두고 있는 대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것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흔히 우리 곁에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그러하고, 자동차에도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부를 수 있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기에 그 근본에는 '애정'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는것이다.
수선화
''어디선가 영혼은 꽃과 같다는 글을 읽었어.'' 프리실라가 말했다. ''그럼 네 영혼은 골든벨수선화일 거야.'' 앤이 대답했다.
- 나의 영혼은 어떤 꽃으로 비유가 될까? 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마리골드. 이 책을 읽고서야 이름을 알게 된 꽃이다. 어렸을 적 부터 길가에서 봐왔던 꽃인데 그 주황색빛이 예쁘다고 어렸을때부터 생각했었는데 그 꽃의 이름이 마리골드였다. 그래서 부록으로 기록된 내용을 찾아보니 멕시코 금잔화라고도 불리는 이 꽃의 꽃말은 '이별의 슬픔과 절망','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과 축복'이라고 한다. 영화 코코에 나온 그 꽃이 마리골드였나보다. 망자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이 꽃을 내 영혼의 꽃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무서우니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제비꽃
''그게 사실이라면 내일은 기분이 나빠질지도 모르지. 조시.'' 앤이 웃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말이야. 초록색 지붕 아래 도랑에서 보랏빛 제비꽃이 피고 연인의 길에서 고사리가 머리를 내미는 모습을 떠올리면 에이번리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 이 글을 읽었을때, 나는 피렌체광장에서 앉아 해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한 버스킹무대를 보았을때가 기억이 났다. 그때 그냥 눈물이 났는데...그 여행으로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걱정거리들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을 위로받은때가 바로 피렌체의 그때였기때문이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메달려 우울해지지 말자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즐기는 일일테니까
''넌 매사에 지나치게 열정을 쏟는구나, 앤, 그렇게 살다 보면 앞으로 실망할 일이 얼마나 많겠니.''마릴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아, 마릴라. 앞으로 있을 일을 기대하면 그 기쁨의 절반을 미리 누릴 수 있는걸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기다리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앤이 대답했다.
- 어렸던 시절의 나는 앤이였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마릴라구나...나도 앤 같을때가 있었구나.
꽃 이외에도 나무, 열매, 풀 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낭만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거라, 앤'' 매슈가 수줍게 속삭였다. ''조금이라면 나쁠 거 없지. 지나치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조금은 간직하도록 해. 앤, 조금은''
- 어른이 된 우리들은 어린시절 보고 읽었던 빨강머리앤을 앤의 시점으로 보았을것이다. 조용히 앤의 편에 서 있던 매슈가 죽었을때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 매슈 같은 어른이 되어 있나?
이 책을 읽고 다시 빨강머리앤을 보고 싶었다.
시리즈를 다 읽은 것이 아니라서 상황의 부분부분 의 내용만 기록되어 있는 문장을 읽으니, 역으로 어떤 상황이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일러스트들과 함께 하는 문장들이 그 배경을 머리속에 그려주는 역할을 하여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어린시절에 만났던 앤셜리. 그리고 지금의 내가 만나는 앤셜리.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는 내 어릴적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고, 식물의 힘을 다시 한번 체험하게 된 기분이다. 반려식물, 원예치료 등등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를 알기에 더욱 따뜻해지는 기분이고, 이 기분 그대로 꽃사러 다녀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