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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역사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개인으로 보면 추억이 되고 사회적으로 보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우리의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저자인 이용한 작가님은 고양이작가라고 불리우는 시인이자 여행작가 이시다.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꾼과 장이, 옛집기행,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등의 여행 및 문화기행서와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등의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과 영화제작 시나리오에도 참여하셨다고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 고요한 강의 뱃사공의 사진이 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와 이 책의 제목을 잘 표현해주는 사진인것 같다. 총 4개의 장으로 분류된 이 책은 1장. 옛집 풍경, 2장 그 밖의 풍경들 3장.명맥을 잇는 사람들, 4장. 마을문화로 나누어 우리의 옛날의 풍경들을 그려주고 있다. 페이지의 구성을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고 사물 혹은 풍경, 풍습 등을 설명을 먼저하고 뒷 페이지에 사진을 첨부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경우에는 설명만으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어떤 모습일지 생각을 하게 되고 설명이 끝날때 쯤. 이런 모습이라고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고 있고 아직도 적지만 남아있는 풍경들이어서 예측이 가능한 것들도 있었지만 초분 같은 생소한 것들도 있었고 모양은 알고 있었지만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던 물건들도 많았다.
옛집 풍경을 보면 민속촌에서 자주 봐왔던 집들이지만 쓰임새와 이름을 몰랐던 것들을 만나게 된다. 옛집풍경의 주를 이루는 것은 지붕이었던 것 같다.
'우리네 옛집은 묘하게도 지붕의 물매(지붕의 경사)가 그 고을의 산세를 닮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게 우리네 옛집은 주변의 산을 닮고 땅을 닮음으로써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초가와 샛집이 그러했다.'
우리나라의 옛집은 자연과 함께 있을때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는 느낌이 들고는 한다. 그것은 그 재료들과 디자인이 자연과 함께하겠다는 우리 조상님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인 재료였기때문이고 지금의 집은 옛집보다 튼튼하고 지금의 생활에 맞쳐줘 디자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 둘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 그만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한다. 어쨌든 집을 지을때 자재들과 디자인을 비교한다면 지금의 콘크리트로 된 건물은 사실상 버려진 순간 전부 쓰레기로 변하지만, 흙집은 온전히 땅으로 되돌아간다. 편리성을 두고만 보면 각 시대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자신들의 생활에 가장 효율적이게 만든 주거공간이라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굴피집처럼 삼림자원보호와 입산금지 등의 규제로 재료를 채피할 수 없어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온돌문화의 산물인 굴뚝도 주거문화의 변화와 장독대도 시대의 발전과 함께 지금의 시대에 맞춰서 사라지는 풍경들이 많아 지고 있다.
집 뿐이겠는가? 짚신, 등잔, 키, 등의 옛 물건들은 의식용이나 장식용으로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그래도 모든 물건은 그 슬모를 다할 때가 가장 '어여쁜'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렇게나마 남아있기에 후손들도 그 물건에 대해서 알 수 있는게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 다루고 있는 풍경들은 인간문화재나 무형문화재등으로 정해 지키고자 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라져가는 풍경들이 안타까워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지켜내고 있는게 아닐까? 옛것이든 지금것이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생기고 사라진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성행하고 자주 이용하고 있는 물건들도 언젠가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그 시간은 더욱 단축되고 있다. 불과 몇십년전에 이용하던 CD는 MP파일로 대체되면서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유는 MP파일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것은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필름카메라와 LP판이 그렇게 유행이라고 한다. 감성적인 느낌때문이라고 하는데 묻혀졌던 옛물건에 다시 숨이 들어간 것이다. 목적이 어떻든간에 시대의 발전과 함께 사라져갔던 물건들이 다시 생명을 얻는 것은 사람들이 옛감성을 느끼고 또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물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물건은 어떻게라도 다시 돌아오고 지킬수 있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그 풍경들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없다면 그 풍경들은 다시는 이 세상에서 정말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 시골의 가치는 도시의 논리에 묻혀버린다. 물론 시골이란 곳이 춥고, 불편하고, 멀기까지 하며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시골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도시적인 시각일 뿐이다. 사실 도시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매연과 폐수, 교통체증, 쓰레기문제,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는 그저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자연이란 개척과 개발의 대상이 아닌 공존과 친화의 대상이었다.
저자는 우리의 옛문화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제주도에 살고 있어 무분별한 개발에 화가날때가 있다. 물론 문화재를 없애는 것은 아니겠지만 옛부터 있던 나무들이 베어나가는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것이 사유재산이고 혹은 손익을 따져보고 지금 당장 이익이라 생각하고 개발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걸 잘 모르는 나로써는 자연이 사라져가는 것만으로도 안타깝다. 우리의 편리함만을 생각하며 무분별한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최소한 개발을 한다하여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 전제하에 개발이 이루어지면 좋을텐데...
저자 또한 옛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에 이런 책을 썼으리라. 저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것이다. 그렇게때문에 이런 책도 나오고 문화를 지키려는 자금도 투입하고 하는 것이겠지. 사라져가는 것을 막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그리워하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