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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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숲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혹은 나무를 생각하면 또 어떤 마음이 드는가?나는 숲과 나무를 생각하면 지켜야하는 우리의 자연, 편안하고 고마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것은 내가 제주라는 축복받은 섬에서 살고 있기도 하거니와(제주에서는 숲을 걷고 싶으면 가까운 거리에 숲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나무의 숲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든다. 나는 나무에 얻기만했지 고마움의 뜻을 전달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페터 볼레벤은 독일의 산림감독관이었었고 지금은 생태작가이자(베스트셀러작가) 숲 해설가이고, 나무 통역사이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는 1~8은 인간의 감각에 대한이야기, 9~ 20인간과 나무, 숲에 대한 이야기, 20~31 숲.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는. 크게 이렇게 내용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머리말에 - 현재 산림욕이 신종 처방법으로 부상하는 한편, 무분별한 벌목으로 기후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가 이미 소비 지향적인 일상에 중독되어 있는 탓이다.- 머리말부터 뼈 때리는 내용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야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된 행동과 무의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과 음료는 우리의 생활환경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진화를 거쳤다.

P42.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향이 있는 식품에는 약 8천 개의 휘발성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향은 우리가 숨을 내쉴 때 작동하는 후각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구강은 미각 센서를 찾기 위한 여행의 끝이 아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의 종착점은 장이다. 요즘 화장품, 세탁세제, 향초 등을 통해 코와 입뿐만 아니라 장에도 향이 쏟아진다. 이런것들은 피부와 기도를 통해 장과 신체 구석구석까지 도달한다. 이런 향들은 간혹 장에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름밤의 풀내음의 싱그러움을 느껴본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기도 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인간의 몸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하고 거부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옛날옛적부터 자연과의 연대의 DNA는 우리 몸에 아직 남아있다는게 아닐까? 숲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맡으며, 우리는 편안한 마음을,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나무와 인간은 오랜시간동안 서로에게 적응해왔다.

P.63 여전히 우리는 탁월한 감각 기관으로 무장한 거대한 공동체의 일원이다. 감각 기관 덕분에 원래의 생활 영역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다른 생물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서로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다. 우리와 자연을 이어주는 띠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고,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잠시 이것을 무시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환경보호 조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자연보호는 밖으로 나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멸종 위기의 딱정벌레나 조류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하찮아 보여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조치는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준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연보호는 결국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이다.

식물을 쓰다듬어주어 더 튼튼해졌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다.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 결과 식물을 쓰다듬어주면 자스몬산(식물의 방어용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생산되어 발아와 생장을 억제하고 노화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자연과의 소통, 특히 나무와의 소통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을 했다. 클래식을 듣고 많이 성장한 식물이야기 등등 내가 알고 있는 따뜻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았지만 어찌되었든 자연이든 인간이든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되든 도움이 되는것은 그 기능을 살리고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소통과 교감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연에게 받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자연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은 자연속에 있을때 편안한 기분이 되는것부터가 그 말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P117. 카우리나무 이야기를 읽을때는 한국관광객의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 어떤 경로로든 카우리나무에 취약한 미생물의 접촉으로 저자는 강력하게 카우리나무를 폐쇄해야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오클랜드주 정부는 관광수입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거부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이 먼저인지 개발이 먼저인지를 다루는 끝없는 물음에 강력하게 자연을 외치고 있는것이다.

숲에 산책을 하러 가면 입구에 있는 공기먼지터는기계가 놓여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숲에 다녀오면 흙이 묻으니까 그것을 털어내는 용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아주 인간위주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도구는 숲으로 들어가기전에도 이용해야하는 도구였다. 내 신발에 어떤것이 묻어 있어 숲에 들어갈 경우 이 숲의 나무들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되는 것이었다. 즉, 인간을 위한것이 아니라 숲을 위해서 꼭 취해야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미생물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런 관점은 다시 한번 인간의 이기적 생각을 갖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15장 동물과 식물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에서 산림감독관들을 도축업자들에 비유해서 설명한것 역시 충격이었다. 토지의 일부이기도 한 나무를 키우는 것과 동물 사육은 원칙적으로 동일한 책임 의무가 주어진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베지텔리안, 비건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하면 좋을까?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숲이나 자연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제는 우리가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아주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나무를 적게 사용할수록 숲은 더 많이 보호받을 수 있다.

산림감독관은 스스로를 심판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무는 3억 년 전부터, 현생인류는 30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반면, 산림 경영을 통해 숲을 통제해온 역사는 이제 겨우 300년이다. 숲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 심판관 없이 잘 견뎌왔다. 나무들은 서로 다툴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은 전쟁을 치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연대를 맺어야 할 대상이다.

17장 숨을 깊이 들이쉬어보세요.(P.176)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가 흥미로웠다. 현관문 앞에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더 건강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 결과는 주거 지역에 나무가 최소10그루 있을 경우, 소득이 1만 달러 상승했을 때(소득이 1만 달러 상승하여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을 경우)와 맞먹는 건강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발생가능성도 현저히 감소되는 등 생물학적 연령이 젊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나무는 건강에 이롭고, 숲은 훨씬 더 이롭다.

현재 제주도에서도 비자림로 벌목으로 인한 충돌이 있는데 역시 개발과 자연보호의 차원의 충돌이다. 어느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다.

책에 실린 내용의 사례에서는 산림감독관, 나무관리사에게 나무를 의뢰하여 일을 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나무를 베어버리는게 인간입장에서 쉽고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당장의 눈 앞을 보고 벌목을 하는 것이다. 각 지역들의 입장이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면 인간입장이 아닌 숲의 입장으로 결정해야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숲, 자연은 우리가 이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서로 상생해나가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네 자신이 거름이 되어라! 균류를 초대해 목재를 갉아먹게함으로써, 나무는 부드럽고 잘게 부스러지는 촉촉한 부식토로 변한다. 나무는 이렇게 '흙' 속으로 들어가 뿌리를 성장시키고 몇 년에 걸쳐 나이테의 형태로 저장해놓았던 영양물질을 두 번째로 흡수한다.

병든 나무는 자신의 몸에 균류를 침투시켜 거름이 된다. 우리는 이런 나무의 모습을 보며 숲 환경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지 한 번 더 고민해보아야 한다. 하나는 주변의 나무에 영향을 받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은 투쟁이 아닌 연대를 맺어야 할 대상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띠는 완전히 끊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언젠가 자연에 대한 동경이 더 심화될 날이 올 것이다.

자연 없이는 인간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편한 것에 익숙해지며 자연과의 연결선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숲과의 소통으로 다시 그 기억을 찾고 같이 살아가야한다.

그것이 지구상의 생태계인것이고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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