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산다는 것
살 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사야할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이다. 사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그걸 다 사서 보관할만한 공간은 한정적이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하나마나 한 얘기를 했다.
이른바 꼭 사야할 책의 기준이라는 게 애매하기 짝이 없어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가장 안심하고 사는 책이라고 해봐야 기존에 좋아해서 신간이 나오면 망설임없이 사게 되는 작가의 책 정도.

그래서 가급적 도서관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런 저런 경로로 읽고 싶었던 책을 대출해서 읽는다. 최근 대출해서 읽었던 책 중에 만족도가 높았던 책 중 “몸의 일기”가 있다. 생각의 일기가 아니라 오로지 몸에 집중해서 몸에 발생하는 병이나 신체의 변화, 몸의 행위 그리고 통증 등을 기록한 한 남자의 일기다.

몸을 말했을 뿐인데 그 몸의 물리적 변화를 둘러싼 관계를 통해 예기치 못했던 묵직한 감동이 전해져왔다. 이 정도 책이면 구입해서 봤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책 구입으로 이어졌냐면 그건 아니다. 막상 사놓으면 서재 한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것 같고, 그 돈으로 아직 안 읽은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몸의 일기를 읽었으니 그 연장선상에서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관’을 대출해 왔는데 이 두꺼운 책을 대여기간에 읽기는 쉽지가 않아보인다. 몸의 일기처럼 소설도 아니고 감각(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수필적인 터치로 쓴 책이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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