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그랬듯 렌슨도 대체로 영적이거나 목적론적, 종말론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거창한 문제들은, 파이를 베어 물었는데 정확히 뭔지 알 수는 없으나 예상했던 그 파이 맛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서 음식이라기보다 입안에 있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지 알 수 없는 어떤 물질과 비슷했다. 예의 때문에 뱉을 수가 없어서 그냥 삼키고 나머지 파이는 냅킨에 싸 버린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마해야 하는, 그런 입 밖에 낼 수 없는 불편함을 안겨 주었다.
거짓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으면 사람들은 싫어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일상은 아무 일 없이 계속된다. 결국 사람들은 거짓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이 경우처럼 종교적 관행의 기초로 성문화시켜 더욱 마음에 들도록 아름답게 갈고 닦는다.
이미 상호의존성단의 공식적인, 영적인 얼굴 노릇을 하고 있던 라헬라는 (정교하게 조율된) 박수 선거를 통해 첫 ‘황제(emperox)’로 선출되었다. 시장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소비자 집단에서 ‘황제(emperor)’의 대체어로 신선하고, 새롭고, 친근하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에 최종 선정된 젠더 중립적인 칭호였다.
마르스는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동료 학자들은 모든 새로운 발견을 자기 전공 분야에, 오로지 그 분야에만 관련시켜 해석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작심한다던, 대학 시절 학과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손에 망치를 쥐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법이야." 학과장은 말했다. 표현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 현상은 마르스에게 새로웠다. 작은 한 가지를 알면 그 지식이 다른 모든 문제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실제 그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의 정보를 배제하거나 무시하기까지 하는 과학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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