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사실은, 유머가 현실의 희극적 양상을 부각하고 표상하는 섬세한 지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유머에는 역시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이탈리아어 대사전에도 나오 듯, 유머는 적대감보다는 오히려 깊이 있고 종종 따뜻한 인간적 공감에서 솟아나온다. 더욱이 유머는 기가 막힌 타이밍과 장소에서 본능적 직관에 따라 솟아나온다. 죽어가는사람의 병상에서 삶의 불확실성을 논하는 유머는 유머가 아니다. 그 반면, 단두대 계단을 올라가던 한 프랑스 신사가 발을 헛디디자 간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는 이 이야기는 어떠한가. "발을 헛디디면 재수가 없다고 하던데." 과연 이런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신사라면 그의 머리는 구제될가치가 있으리라. _9쪽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은 피에르의 프로젝트에 유 리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으로 교회는 항상 귀족들의 폭력적이고 유혈적인 행동거지를 질책해왔다. 그런데,
 피에르는 그런 귀족들에게 교회의 비난은커녕 칭송을 받으면서 마음껏 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_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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