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사실은, 유머가 현실의 희극적 양상을 부각하고 표상하는 섬세한 지적 능력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유머에는 역시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이탈리아어 대사전에도 나오 듯, 유머는 적대감보다는 오히려 깊이 있고 종종 따뜻한 인간적 공감에서 솟아나온다. 더욱이 유머는 기가 막힌 타이밍과 장소에서 본능적 직관에 따라 솟아나온다. 죽어가는사람의 병상에서 삶의 불확실성을 논하는 유머는 유머가 아니다. 그 반면, 단두대 계단을 올라가던 한 프랑스 신사가 발을 헛디디자 간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는 이 이야기는 어떠한가. "발을 헛디디면 재수가 없다고 하던데." 과연 이런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신사라면 그의 머리는 구제될가치가 있으리라. _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