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에 의존해서 걷다가 "그때 북쪽으로 가지 말고 남쪽으로걸어갔더라면 곤충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한정된 시간 소에서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걸었을 때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늘 곤충채집이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한다.
92쪽

밤에는 페낭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 소리를 자주 들었다. 흰개미류가 무리 지어 낙엽을 먹어 치우는 소리다. 엄청난 속도로 낙엽이 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 열대에서 푹신푹신한 토양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먹잇감은 식물만이 아니다. 왕도마뱀 시체에서 구더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일주일 만에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교과서 수준의 지식이지만 열대 생태계에서 직접 한 경험은 지금까지도 수업을 하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11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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