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은 상대 역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시의 반응 역시 독특했다. 라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일처럼 붉게 물든 얼굴에 멍청한 미소를 띠띠고 혹시라도 그의 망가진 몸 쪽으로 시선이 갈까 전전긍긍하면서 이마 쪽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퍼시는 라임의 얼굴(얇은 입술과 톰 크루즈를 닮은 콧날, 40대치고는 젊어 보이는 잘생긴 얼굴)을 한번 쳐다본 뒤, 움직이지 않는 그의 팔다리와 상체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곤 곧장 장애인용 장치 쪽으로 주의를 옮겼다. 광택이 흐르는 스톰 애로 휠체어와 빨대 조종기, 헤드세트, 컴퓨터.

톰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혈압을 재려고 라임에게 다가왔다.

라임이 말했다.

"나중에."

"지금이요."

"안 돼."

"조용히 하세요."

톰은 라임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혈압을 읽었다. 그리고 청진기를 치웠다.

"나쁘지 않네요. 그래도 피곤하실 겁니다. 요즘 너무 바쁘셨습니다. 좀 쉬셔야 해요."

"물러가."

라임은 툴툴거린 뒤 다시 퍼시 클레이를 향했다. 라임이 장애인이고 마비 환자라는 이유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단지 한 부분이라는 이유로, 어떨 때 보면 손님들은 자자기들이 말하는 것을 라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치부해버리는 것 같다. 말을 일부러 천천히 하기도 하고, 심지어 톰을 통해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퍼시는 스스럼없이 라임에게 말했다. 라임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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