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누가 데려가나 했더니 나였다 -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생활
햄햄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님은 짖궂다.

그림은 그렇게 웃기게 그리고는 글은 은근 사람을 일렁이게 하고 눈을 뜨겁게 만들다가 결국 울렸다. 아~ 웃으라는건가, 울라는 건가... 정말 울다가 웃으면 어느 부위에 털이 나는지 안 나는지 실험하려고 이 책을 만드신 건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다.

이 책은 부제처럼 웃프고 찡한 극사실주의 결혼생활(+결혼전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반지하생활에 대한 그림들은 나의 초반 서울입성기와 비슷했다. 티비나 영화에 나오는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초라하고, 불결하고, 공포스러움을 먼저 직면하게 된다. 그 시기 누군가 곁에 있으면(곁에 있는 이가 노련해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나처럼 어설프고, 도시를 낯설어하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더 돈독해지고 의리가 생길 거 같다! 왠지!!!) 정말 힘이 될 거 같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이 책에서 비오는 날 신사임당의 포도화를 닮은 공포의 곰팡이를 만났을 때나 어떤 의문의 스토커를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완전 공감될 것이다. 내가 부족하거나 못하는 것을 상대방이 해주고, 좌절하거나 낙담할 때 어깨를 토닥이며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위로해주는 사람... 그와 있으면 그도 무서워할지언정 함께 무서워하기에 오히려 나를 용기나게 하는 사람. 바로 '내 사람'이다.

이 책을 보면서 사람에게 위안을 얻고, 행복하고, 좌절하고 두려웠던 순간을 극복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스함으로 차올랐다. 막연하게 따스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안정, 신뢰, 평온, 위로, 진정, 회복 등이겠지?! 이래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나의 곁에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나를 뭉클하게 했던 글이 있다. 에필로그에 있던 글인데, 함께 나누고 싶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딸이라는 그 사실 하나로 난 나를 길러낼 수 있었고 남겨진 삶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남편과 내가 각자가 아닌, 둘이 만난 하나라는 걸 가슴으로 받아들일 용기를 얻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던 기억으로 우리는 우리를 지켜내는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우리는 또 다시 사랑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연말에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또는 주머니 속에 손난로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