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편지 에디션F 1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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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여행기는 서간문으로 써져서 여행지에서 편지를 받으니, 여간 설레인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다음 편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 넘기며 글을 읽었습니다. 그녀의 편지는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면도 (이슬이 내린다고 누가 두려워할까요? 이슬 덕에 잔디는 더욱 향긋해지기만 하는 걸요, 안녕히! 라는 구절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성이었지... ^^;;;) 있지만, 대체로 여행을 하며 탐색하고, 관찰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기후, 인구밀도, 정치, 문화, 역사 등을 통해 그 나라와 그 나라의 사람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알아가려고 했습니다. 이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 당시 여성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을 텐데, 그녀의 시야는 생각 외로 넓고, 다채롭고 깊었습니다.

특히 엉뚱하지만 재밌기도 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기후로 인해 영국과 미국의 시골처녀들의 태도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 있다는 말로 시작해, 스웨덴, 아일랜드와 웨일스 시골처녀들의 성향을 분석한 부부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외모도 기후 및 생활상(식습관, 운동습관 등등)을 통해 그 특성을 말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한 근거는 아니지만, 다각면으로 그 차이를 분석하고 특성을 찾아내고 이해하려 한 그녀의 노력과 다각도의 접근방식이 저에게는 독특한 재미였습니다.(그 때 당시 그녀가 이 글을 쓸 때에는 진지하게 분석했겠지요?)

그녀의 여행할 때의 시선은 지금 우리가 여행할 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여행을 왜하며,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나요?

그녀의 편지를 통해 이렇게 여행하게 되면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늪에 빠져 나의 모든 상상력과 지적능력을 동원해 여행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려는 노력은 결론적으로 색다른 나만의 여행의 즐거움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한줄평을 말하자면

'여행지와 여행지의 사람들을 탐색하고 이해하며,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만들어가는 여행에서 온 서신!'

사람이란 타인의 환심을 사서 관심을 끌 수 있으면 자기 얘기를 하고 싶기 마련이라고요. 제 자신이 이런 특권을 누릴 만한 (p6.)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독자 여러분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책을 덮어버려도 괜찮습니다. 제 계획은 제가 거쳐가는 나라들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자는 것이었어요. - P5

한밤 중인데도 촛불 없이 편지를 쓸 수 있어요. 저는 움직이지 않는 자연을 응시했습니다. 표면이 더욱 어두워진 바위들은 휴식을 취하듯 바닥 쪽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감탄했지요. ‘아직도 나를 깨어 있게 하는 이 활성원리는 무엇일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제 집에 편히 있건만 왜 내 생각은 집 밖을 떠도는 걸까?‘ - P24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주지 말아야 할 것이, 미래의 가능성이에요! 제가 말하는 건 철학적인 만족이 아니에요. 그들에게 행복을 철석같이 믿게 하는 것은 고통이랍니다. - P25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문명의 발달을 추적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문명이 축복임을 잘 가늠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커집니다. 문명은 우리의 즐거움을 품위 있게도 만들지만, 감각의 원시적 섬세함을 유지시켜주는 다양성도 창출합니다. 상상력이 부재하면 모든 감각적 쾌락은 상스러움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지속적인 참신함이 상상의 대역을 하지 않는다면요.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요 . - P28

사실 가난한 사람들보다 하인들이 정직하기가 훨씬 힘듭니다. 하인들은 자기네가 먹지도 못할 산해진미를 준비하면서 괴로움을 맛봐야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네 집밥을 먹는다고 나쁜 생각을 품지는 않으니까요. 이 곳에서는 하인들이 대체로 좀도둑들이고, 주거 침입이나 노상강도 사건은 잘 없습니다. 인구 밀도가 원체 낮아 노상강도라는 말을 쓸 기회도 많지 않을 겁니다. 노상강도는 대개가 대도시의 산물이죠. 불행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난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대신 부를 얻고자 하는 그릇된 욕망의 결과랍니다. - P35

여행을 할 때 일지를 쓰면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여러 유익한 질문들이 샘솟습니다. 여행자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보겠다고 결심만 한다면요. - P38

드디어 노르웨이에 왔습니다. 강을 사이에 둔 두 나라 국민들의 태도가 달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요. 모든 면에서 노르웨이인들이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기꾼들 같다고 비난하고, 느뤠이인들은 스웨덴인들이 위선적이고 응수합니다. - P57

작가들은 국민성이라는 걸 부여하고 싶어합니다. - P57

모든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행자들은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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