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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평점 :
루스 오제키의 <우주를 듣는 소년>은 2022년 여성문학상 최종 수상작이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에디터스픽 선정도서이다. 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의 신작 장편 성장소설로 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되었다고 한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아버지 켄지가 죽은 후 12살 베니는 갑자기 온 세상의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까마귀를 사랑하고 베니의 엄마 에너벨을 사랑하고 베니의 세상이었던 켄지가 떠난 후 엄마는 주변 정리를 하지 않고 살이 찐다. 그래도 에너벨은 켄지를 키워야 하고 모니터링 업체의 단순 가위녀에서 뒤바뀐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뀌는 업무에도 적응해야 하고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아버지 케니가 갑작스레 사망은 에나벨과 베니의 세상을 무너뜨렸다. 섬세한 소년 베니는 곰팡이가 핀 치즈들의 앓는 소리, 시든 상추의 한숨 소리, 선반이 낑낑거리는 소리, 웅웅거림,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이 책은 베니의 말과 책이 말로 구성되었으며 책 속에 또 책이 있기도 하다. 즉, 책이 하는 말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읽는 이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베니의 말과 책의 말은 폰트가 미세하게 다르게 되어 있다. 대부분은 책이 말을 하고 베니는 가끔 끼어들어서 말을 한다.
인간들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인간이 무감각한 존재라고 치부하는 자갈이나 모래, 동물과 곤충, 식물의 주관성을 상상할 수 없기에 책이 그 중간지점의 이상한 입장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p111)
도서관에서 페니는 모두 써 내려가라는, 사물들이 하는 모든 말들을, 그들의 모든 문제들도 써 내려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베니의 이야기를 들리는 이야기를 쓰라고 하자 회로가 열리면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베니는 도서관에서만큼은 모든 목소리로부터 조용해지고 고요해지며 책들이 보호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베니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도 고통도 쏟아내는 것이다.
우주를 듣는 소년(The Book of Form and Emptiness)은 루스 오제키 작가의 아마존 베스트셀러 장편 소설이자 성장소설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책이다.
세상의 주류가 아닌 이민자와 결혼한 혼혈 가정,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년, 갑작스러운 남편의 부재와 냉소와 분노로 터질 것 같은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집안 정리를 하지 못해 잡동사니가 되어가면서도 아이를 지키고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싱글맘, 휠체어를 타는 늙은 부랑자 슬라보이(보틀맨, B맨, 슬로베니아의 시인), 정신병원에서 만난 소녀 알레프, 길 위에서 캠핑하는 사람들 같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이다.
또, 진정한 주인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비움과 해방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삶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소유물들과의 관계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라는 선불교의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맞이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 상실의 고통과 충격 속에서 어린 아들은 환청에 시달리고 엄마는 정신을 반쯤은 놓아도 다 놓을 수 없다.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고 버텨내야만 한다. 책과 도서관과 삶과 죽음,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