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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4월
평점 :
<반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은 근래에 본 여행 에세이 책 중에 제일 예쁜 책이라 페이지 넘기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로 포르투갈에 가면 이런 색일까 싶고 직접 보고 싶은 사진들이 두 페이지 한 장 이상 끊임없이 나왔다. 저자는 아마도 포토그래퍼를 겸하는 여행작가인가 보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무지개 같은 나라일까? 사진으로 보며 상상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일상이 나에게는 낯선 이국적인 느낌일 것이다. 이 책에는 온통 이국적인 사진으로 가득하다.

운하가 있는 작은 마을, 아베이루는 특산품인 소금과 수포를 나르던 작은 배 곤돌라가 이제는 여행자들을 실어 나른다. 그림처럼 예쁜 이 배는 실제로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하나같이 다 다르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하늘만큼이나 지붕만큼이나 언덕만큼이나 예쁜 곤돌라이다.
혼자 여행을 했던 그 계절에 나는 외롭고 싶었고, 도시에 외롭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변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편안한 잠자리, 조용한 휴식공간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p155
여행을 하지 않아도 머물러 있을 때도 나는 외롭고 싶고 또 외롭고 싶지 않다. 3박 4일, 4박 5일, 길면 8박 10일, 때로는 무박 2일짜리 급한 여행만 다니는 나는 잔잔하게 호수 같은 여행 에세이를 읽으니 이렇게 한 도시를 감상하고 거기 사는 사람처럼 밥을 먹고, 거리를 걷고, 커피를 마시고, 맥주를 한잔하는 여행이 경험도 없으면서 그립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으며 옆 테이블의 덴마크에서 온 부부와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갔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여행지를 이야기하고 나는 나의 다음 여행지를 이야기해 준다. 안내 데스크에 있던 친절하고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직원은 반색하며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고 한국 음식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서로의 나라를 방문할 때 꼭 인사를 나누기로 약속한다. (p160)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거리를 걷는 나를, 그 바다를 보는 나를, 그 대구탕과 에그 타르트를 먹으며 1달러짜리 커피를 마시는 나를 끊임없이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사실 맛을 잘 못 느껴서 아무리 남들이 추천을 해줘도 커피 맛도 모르고 맥주 맛도 구분을 못한다. 할 수 있는 정도는 맛있다 맛없다 정도, 맛있는 에그타르트와 맛있는 포트와인, 그리고 기계로부터 즉석에서 따르는 커피 Bica를 마시고 싶다.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 권호영>은 저자가 '직접 보고 느끼고 그 느낌이어야 할 것', 열한 곳의 도시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속살 속으로 들어간 설레는 여행 이야기이다. 이 예쁜 여행책을 다 읽고 나니 무슨 내용일지 제목만 많이 들어본 <리스본행 야간 열차-파스칼 메르시어> 책도 읽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포르투갈 여행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