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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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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에 대하여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읽을 책은 많이 있지만 손에 책이 잘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읽을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서점에 직접 서문과 맺음말을 읽어보기도 하고 소설이 아닐 경우에는 목차도 한 번 훑어본다. 온라인서점을 이용할 때는 먼저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읽거나 관련 소개자료를 읽어본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때로는 그냥 사전조사없이 읽지 않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 선택하는게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는 제목은 다 알고있지만 정작 읽어보지않은 작품들이다.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고전에 대해서 읽어본 적이 없고, 세계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게 항상 신경이 쓰였다. 책의 내용 중에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마치 원천기술처럼 여러 작품 속에서 회자되어온 작품들이 있다. 그럴 때면 그 원천기술을 설명하거나 빗대어 표현하는 작품이 아닌 그 작품 자체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저걸 내가 읽을 수 있을까?'  부담감때문에 망설여졌다. 아직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부담감에 비해서는 내용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왜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거지하고 의아해할 때도 종종 있다. 어떤 책들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소설','현대 100대 영문소설'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왜 이책에 이런 찬사가 붙을까 하는 궁금점도 생기기도 한다. 아직 나는 좋은 작품을 볼 줄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세계문학전집은 책의 말미에 항상 '작품해설'에 대해서 약간의 페이지를 소비한다. 책을 읽고 나서 '작품해설'을 읽다보면 '아~!' 이런 숨은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이런 당시의 사회적배경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된다. 내가 의아심이 들었던 책들을 보면 보통 내가 그 나라의 그 시대의 상황을 몰라서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하나는 오늘 소개할 <위대한 개츠비>이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의 내용만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이라는 장소적 배경과 192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도 특별히 염두해두지 않았다. 단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때는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정도로 뽑힐 만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을 모르는 채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


책의 뒷부분의 '작품해설' 부분을 읽기 전에 느꼈던 이 소설의 느낌이다. 

일단 대단히 흥미롭다. 읽을수록 너무 궁금했다. 과연 '개츠비'라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부터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아마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와 주변 인물에 대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이야기 전개를 더 흥미롭게 한 듯 하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생각한 건, 낭만주의자 개츠비이다. 아마 이 작품 내재하고 있는 다른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단순히 첫사랑 데이지만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사랑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츠비는 첫사랑 데이지를 찾기위해 항상 호화 파티를 한다. 그 파티에는 초대받은 사람도 있지만 소개받지 않은 이들도 많이 온다. 개츠비가 파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의 첫사랑 데이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국은 데이지를 만나게 된다. 만남 자체도 흥미롭다. 개츠비의 마지막도 상당히 문학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동차사고로 머틀윌슨은 죽게 하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자기가 가져간다. 그리고 운명적인 죽음도 맞게 된다.


개츠비는 낭만주의자다. 자신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만 사랑을 지켜나가는 낭만주의자다. 하지만 아름답지는 않은 사랑이야기이다. 데이지가 보이는 모습에서는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별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처음으로 그의 저택에 데리고 와서 집을 구경시켜준다. 집 구경을 하던 중에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P134

갑자기 데이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셔츠에 머리를 파묻고 왈칵 울음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그녀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묻혀 버렸다.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이 없거든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셔츠가 좋은거야 개츠비가 좋은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곳에서는 그저 개츠비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지만 게츠비가 죽은 후 얼굴도 보이지 않는 데이지를 생각하면 아마 그리움의 표현은 아닌 거 같다.

초반부터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고 개츠비의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과 생각치 않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구성 이것만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품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난 후의 <위대한 개츠비>


192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재즈와 찰스턴 춤과 자동차가 상징하는 1920년대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 있다. 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이다. 미국은 당시 전쟁에 대한 본토에 대한 피해가 없었기에 그 어떤 시기보다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따라다닌다.


P260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러운 파티와 마치 '불빛을 쫓는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 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이 무렵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시간적 배경 못지 않게 공간적 배경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P261

작품에 등장하는 이스트애그와 웨스트애그의 대조는 미국 동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의 차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동부와 중서부의 대조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사람들은 흔히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부 사람들은 물질적 부와 세련미와 교양을 갖추고 있지만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있으며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한편 닉 캐러웨이가 대변하는 중서부 지방 사람들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할망정 아직 타락하지 않은 도덕적 순수성과 청교도주의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중략> 

동부의 물질적 가치관과 중서부의 정신적 가치관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으며, 제이개츠비의 파멸은 바로 이러한 충돌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분명히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대해서 알고나서 책을 읽어내려갔다면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미국 동부의 모습은 나에게는 익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일단 나와 상관성이 많지 않아서 관심이 덜 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치하 있었으며 고급 승용차, 재즈, 파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나와는 공감대 형성이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재미있게는 읽었으나 훌륭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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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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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연을 맺다. 


이번에도 그동안 제목만 알고 있었던 책을 찾아 읽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에 몇 일 동안 푹 빠져 있었다. 글의 여운은 아직까지도 잔잔하게 남아있다. 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힌다. 책을 읽자 마자 얼마 후 부터 '아! 드디어 만났구나' 하고 느끼는 보물들이 있는데 <달과 6펜스> 역시 그 중 하나이다. 특히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건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하마터면 뒷부분을 먼저 읽어버릴 뻔했다. 

 

<달과 6펜스>는 등장인물 스트릭랜드를 통해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있는지 모르고 읽은 책이어서 즐거움은 배가 된다. 실제 인물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와 다른 장르와 연결해주는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에 다리를 놓아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를 자연스럽게 시에 대해 이야기듯이 <달과 6펜스> 역시 작품 속 스트릭랜드이자 실제 인물인 폴 고갱을 통해서 미술에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해준다.


예전부터 그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저 관련 책을 읽는 것으로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 쉽게 포기하곤 했다. 이번에는 뜻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책읽기를 마치고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찾아 폴 고갱 이후 반 고흐를 만나게 해주었다. 이 소중한 인연이 차곡차곡 조금씩 쌓아지기를 내심 바랄 뿐이다.


이야기 속으로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 일을 하던 부유한 사십대 남자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홀로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는 가난한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한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더크 스트로브는 그를 지원지만 스트릭랜드는 그에게 냉소적이었으며 그의 아내 블란치 마저 자살에 이르게 한다. 그는 오직 자신의 그림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심과는 다른 게 있는 듯 했다. 


그는 문명의 땅을 뒤로 하고 남태평양의 외딴 섬인 타히티로 떠난다. 타히티라는 원시의 섬에서 그가 생각하는 낙원을 만나고 그림에 열중하고 아타라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문등병에 걸리고 심지어 눈이 멀기까지 한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의 집안에 신비로운 그림을 그린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폴 고갱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두고 있지는 않지만 거의 유사한 삶을 살았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한 예술가의 순수한 열정을 표현해준다. 분명히 자신 밖에 모르는 차디찬 냉소가 깊게 베어나지만, 그 열정이라는게 자연스럽게 다른 부정적 요소를 가려준다. 나 엮시 읽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일에 빠져든 그가 부럽기도 했다.


작가 서머싯 몸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찰스 스트릭랜드가 왜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고, 이야기의 중간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로 이야기가 전환된다. 어쩌면 친절하지 않고 부연조차 없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툭 던져 놓으니 확실한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더 극적인 표현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의 묘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못하고 한 번에 읽은 기억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1인칭 관찰자시점으로 작풍 속 내가 개츠비를 궁금해하고 서로 인연이 닿아가면서 그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가는 묘미가 있었다. <달과 6펜스> 역시 소설 속 작가인 내가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효과적인 것 같다.

어떤 이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절묘한 조화가 훌륭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를 찾을 수 있지는 못해서 아쉽다.


소설을 읽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저도 모르게 손이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책들은 읽고 나면 개운하게 숨을 내쉬며 책을 덮을 수 있다. 읽는 동안 긴장한 것을 놓는 숨이며 아쉬움의 표현이다.


폴 고갱의 작품 속으로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 고갱에 대해 표현한 부분을 찾아 보았다.


P551

타히티 섬에서 가져온 그의 작품들을 대했을 때 그의 옛 친구들조차 당황스러워 했다. 그 그림들은 너무 야만적이고 미개해보였다. 그것은 바로 고갱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야만적'인 색채와 소묘만이 타히티에 머물면서 감탄했던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이들을 올바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중략)

그러나 고갱이 아주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다. 낯설고 이국적인 것은 단지 작품의 주제만이 아니다. 그는 원주민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는 토착민 장인들의 수법을 연구하고 때로는 자신의 작품 속에 그들의 것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가 그린 원주민의 초상을 그러한 '원시'미술과 조화시키려 애썼다. 그래서 그는 형태의 윤곽을 단순화하고 넓은 색면에 강렬한 색채를 거침없이 구사했다.  세잔과 달리 그는 단순화된 형태와 색체의 구성으로  인해 혹시 그의 작품이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연의 아이들이 지닌 순수한 강렬함을 그리는 데 도음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는 수세기에 걸쳐 씨름해온 유럽 미술의 문제들을 기꺼이 무시해버렸다.


솔직하과 단순함을 이룩하려는 그의 목표가 항상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를 향한 그의 열의는 새로운 조화를 이룩하려는 세잔이나 새로움을 전달하려는 고흐의 열의만큼 여정적이고 진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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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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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된다.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어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내 모습이 같은 경우, 그 책은 읽지 않은 것만 못하다.' 라고 했다. 여기에 더불어 카프카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여러번 머리를 맞은 듯하다.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독서의 방향까지도 변화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직 나에게 독서에 있어서는 양적인 성장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아지면 그 때는 박웅현 작가처럼 책 한 권 한 권을 꾹꾹 눌러서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이런 내용을 강조를 해서 나도 모르게 책을 두번 정도를 훑어보게 했고, A4용지 13장의 발췌를 해서 하나의 파일을 만들게 했다. 아마 이것이 나에게 쌓여갈 독서 발췌록의 시작점인 듯 하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난 후, 다음 날 아침 천안으로 가는 출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항상 창가 쪽에 앉아가지만 창가는 거의 보지 않고 반쯤 감긴 눈으로 두 손엔 책을 잡고 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창밖을 보고 싶었다. 그 순간, 우와! 홀로 감탄을 하고 말았다. 붉은 태양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 빛을 사방으로 토하고 있었다. 이에 상응하는 듯, 길가의 내천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아침의 물안개가 그렇게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이 한 장의 풍경은 아로 새겨져 있는 듯하다.

김훈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자연과 내 주변의 하나하나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숭고함 등을 느끼면서 주변에 시선을 돌리고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관심은 바로 다음 날 이렇게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었다. 저녁에는 아내와 아들과 포도를 먹었다. 포도를 먹으면서 씨를 뱉어내는데 씨앗이 옅은 색, 붉은 색, 어두운 색 이렇게 세가지 종류가 있는 것이었다. 이게 씨도 그 속에서 세월이 흐르는 구나! 라고 혼자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는 씨앗이 사람의 치아 같다고도 한다.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다. 그 전에는 그냥 포도를 먹고 버려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소한 관심은 이렇게 아내와의 대화거리가 되고 소소한 행복이 되는 듯 했다.

이러한 종류의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좋은 책들을 마구 풀어내어서 나에게 읽어야 할 책들을 펼쳐 보인 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고 싶은 것은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다. 아직 나는 시에 대한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거의 시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도 아직은 시를 읽을 내공이 부족한 듯 하다. 그런데 이 시를 한 번 읽고 나니 아주 짧은 몇 자에 불과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들어버렸다.

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짧지만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우리의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시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툭툭 던져놓은 듯한 것들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그것을 상상하고 그냥 살짝 미소짓게 만든다.

이렇게 여러번 나는 머리를 맞은 듯다. 조르바에게도 쿵! 카뮈에게도 쿵! 어쩌면 이 책이 나의 독서 생활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을 만들어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고마웠고, 지금 이 순간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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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3 황석영 대하소설 3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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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글은 남기지 않았다. 내용 자체도 방대하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쉽사리 한 권씩 읽고 적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과 한강도 그렇게 긴 호흡으로 읽어내려갔다. 그 책들을 읽은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하소설 [장길산]은 역사적지식, 간단한 줄거리, 등장인물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옮겨다니는 곳으로 나도 한 번 따라 가보려 한다. 고등학교 때 지리 수업부터 이 쪽에는 약했는데, 이제 이 길을 따라다니면 조금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도 조금 해본다. 책을 읽어 가면서 조그마한 수첩(나만의 명칭 : Miracle Note)에  이런 저런 나만의 카드작업을 해놓고 이렇게 글을 쓸 때 조금씩 참고를 한다.

 이미 장길산 1,2 권은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읽어버렸기에 추후에 정리하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장길산3권의 내용은 전체 12권 중의 3번째인 만큼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왠지 이들이 나중에 다같이 구월산의 패거리로 들어가지 않나 하는 지레짐작을 해본다. 이야기는 크게 두 흐름을 타고 진행된다. 길산이 구월산에서 풍열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후 금강산에 있는 운부대사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의 흐름은 길산과 인연을 맺었지만 길산이 처형된 줄 알고 제 발로 안성 사당패에 들어간 묘옥이 여러 사건을 거쳐 안성에서 한양의 송파나루 근처에 터를 잡아 주막을 차리게된 배경과 그러면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앞으로 진행될 대서사시에 인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서로서로 인연을 맺어간다.

 잠시 3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가보자.
<길산> 봉순과 혼인을 맺고, 운부대사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남
<봉순> 길산과 혼인은 하였으나, 홀로 사랑을 하는 아픔을 지녔다. 그녀 역시 묘옥과 길산과의 사이를 알고 있다.
<갑송> 길산과 같은 날에 도화와 함께 혼인을 맺음
<도화> 갑송 몰래 다른 남자와 통함
<묘옥> 안성 사당패에서 직접 들어가 사당노릇을 하고 이경순과 여러 사건을 거친 후, 송파나루에 주막을 연다.
<백선, 홍련> 묘옥과 함께 있던 안성 사당들
<최만상, 정학> 정학이 최만상의 처남사이이다. 정학은 힘이 장사다. 길산과 해주에서 만남
<이경순> 사당 묘옥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주 이도장, 자기를 잘 구워서 양인이지만 여주에 힘이 있음
<유필준> 철없는 양반 아들, 안성 사당패가 유필준의 집에서 재물 강탈, 이야기의 흐름을 제공
<고달근> 안성사당패 모가비(사당패 우두머리)
<도장댁> 이경순의 아내, 이경순과 함께 도망가다 죽음.
<전생이> 이경순 아래에서 자기를 굽는 이, 총포도 잘 만듬
<황회> 사당패 모가비 (어디지?)
<복만> 솔부리 왕초
<정원태> 예전 사당패 모가비였지만 절에서 중노릇을 함
<끝춘이> 길산의 봇짐을 훔쳐감
<오공랑=말득> 끝춘의 올아비, 표창, 빠른발

이야기의 두 줄기는 길산과 묘옥이 거취를 옮기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전개된다. 우리 나라 지리도 익힐 겸해서 어떻게 그들이 이동했는지 살펴보자. 나름 이렇게 보니 재미도 있다.

우선 길산의 이동경로이다.

길산은 산채가 있는 구월산에서 현재 황해도 수도인 해주를 통해 토강, 평산, 금성을 거쳐서 금강산의 관문인 단발령에 이른다. 해주 근처에서 끝춘, 말득, 최만상, 정학과 인연을 맺으면서 운부도사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한다.

이번엔 묘옥의 이동경로다.

 묘옥은 고달근이 모가비로 있는 안성사당패에 두 발로 걸어들어가 사당노릇을 한다. 이경순이 묘옥을 너무 끔찍히 여겨 마음을 돌리려고 안성사당패의 사당길에도 따라 다닌다. 이때 유필준이라는 양반의 아들과 시비가 붙고 이로 인해 여러 사건이 발생하여 묘옥은 붙잡히는데~, 여기서 이경순이 묘옥을 데리고 그가 살고 있는 여주로 도망을 간다. 여주에 온 묘옥은 다시 도망을 가게되는데 여주에서 남한강 지류를 따라 송파나루로 가게된다.

 이렇게 길산과 묘옥은 그들의 삶에 따라 옮겨 다닌다.  지도에 도로번호도 써있는 걸 보니 이상하지만 보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할 뿐이다. 이렇게 길을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도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니 나름 공부가 되겠다. 그럼 여기에 박차를 가해서 지리 공부 좀 하고 가자.

 우선 송파나루는 서울과 광주를 잇는 중요한 나루로 조선시대 10대 상설 시장 중의 하나였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와 자동차 발달로 쇠퇴하고 1960년대 말 강남지역 개발이 시작되면서 샛강이 매립되고 교량이 세워지면서 나루터의 기능이 사라졌다. 

 책에서 설명하는 안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안성(安城)은 삼남의 육로가 합치는 지점에 있는 대도회요, 위로는 수원, 과천에 닿고, 아래로는 천안, 청주에 통하며 서쫌으로 해로가 뚫렸는데 아산 앞바다를 거쳐 물길이 진위, 양성, 평택, 안성에 닿으니 사통팔달이다. 동으로는 남한강 지류가 광주를 지나 여주를 거쳐 충주, 청풍,단양에 까지 닿으니 실로 삼남과 경기의 장꾼들이라면 안성을 제 집 드나들듯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안성의 동촌은 연일 각처에서 모인 장사치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데, 한양의 거간꾼들도 들끓었다.

 아직 할 말은 많은데, 글을 길어져 장길산4 에 이어서 해야겠다. 장길산이 등장하던 시대는 숙종인데 이 때의 정치,경제 상황을 살펴보면서 장길산이 활동하던 시대도 한 번 쭉 훑어보아야 겠다.

 그럼 장길산4 빨리 읽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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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7
이권우 외 지음 / 그린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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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리고 나서, 집에 와보니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가 아니었다. 그 뒤에 붉은 색으로 2.0 이 붙어 있었다. 출판사는 그린비니까 무언가 잘못된 거 같지 않았다. 책을 펼쳐보니 호모부커스의 다음 편이라고 한다.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 책 역시 그린비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의 한 권이니 특별하게 다가온 인연이라 생각하고 다른 호모부커스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야 겠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걸까? 이 두 가지 물음표 마크에 최근에 생각이 많아졌다. 책을 읽는 방법은 각자 마다의 개성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책 읽기에도 기본이라는 것이 있고 호모부커스 처럼 책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남과 다른 비법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법' 같은 지름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 고 있다. 어쩌면 단지 남들은 어떻게 하나 보고 싶은 나만의 책에 관한 관음증 생각하면서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이권우 작가외 25명이 각자의 독서관에 대해서 쓴 글이기에 짧게 짧게 그들의 생각들을 풀어내는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방법도 다르지만 결국은 이것들은 모두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서로 모두 이어지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어느새 그 끈의 한 쪽을 잡고 있는 듯 했다. 어떤 이는 나와 책을 읽는 스타일이 많이 비슷해서 공감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이는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풀어내어 어느새 내 눈이 커지기도 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라는 내 질문에도 조금은 이 책이 방향성과 방법은 귀띔해주기도 하였다. 책의 서문에 보면 이권우 작가가 "읽고 성찰하기, 그리고 변화하여 성장하기, 그리고 다시 글쓰는 사람이 되라." 라는 글이 있다. 누군가는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달라진 점이 없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라고 까지 하였다. 그만큼 내가 읽은 책에 대하여 느끼고 무언가에 대해서 사유하고 그것이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책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읽는 책이 그저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도움이 되고 실용적이면 소용이 없다. 은밀히, 그러나 거대하게 변화하는 세계를 뚫어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귀띔해 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또 다른 대답이기도 하다.

 아직은 책읽기를 통해서 인생에 대해서 성찰하려고 하는 시작점이다. 모든 시작점에는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서 몸으로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지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그런 과정이다. 조금 더 부딪혀보고, 항상 열린 시선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2.0] 의 26인 필자 중의 한 사람인 안민용씨는 자신의 관심분야를 확인하고 조금씩 넓혀가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십진분류표(FDC)를 사용한다고 한다.

000 총류
100 철학
200 종교
300 사회과학
400 순수과학
500 기술과학
600 예술
700 언어
800 문학
900 역사

 이런 분류로 보니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너무 일부 분야에 치우쳐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 관심사를 확장하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서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아마 몇 년 뒤에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관심과 지식으로 조금더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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