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인간 - 좋은 삶을 위한 7개의 인문학 지식
황영일.고운조.류가영 지음 / 백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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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막막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마다 망설이고, 그 망설임 끝에는 “정말 이게 쓸모 있는 일일까?” 하는, 결코 정답 없는 고통의 회의만이 남았다. 『지적인 인간』을 펼친 것은 놀랍게도 그 타이밍이었다.


책의 첫 장은 실존주의.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 ‘사르트르’가 있었다. 음, 철학자부터 시작이군. 이번 책은 어떠려나, 나는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의 깊은 뜻을. 언제나 어려운 문장들은 무책임하게 나를 행동하도록 쪼아대기만 했을 뿐, 머릿속에 남는 것은 없었으니.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지적인 인간』에서 정리된 사르트르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고고하게 서 있는 존재가 아닌, 불안과 책임, 선택의 무게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이었다. “인간은 불안에 의해 비로소 자유를 의식하게 된다”는 파트를 읽는 순간, 그간 나를 괴롭혀온 고통들이 단순한 나약함이 아닌, 오히려 내가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겪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벽 끝을 걷는 듯한 불안 —그 불안을 외면하지 말고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감당하라는 말. 누군가 나를 다그치는 것이 아닌, 처음으로 내 불안을 이해하고 설명해주는 목소리를 만난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철학이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온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만난 다음 장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의 복잡한 결을 조명해주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감정과 충동, 불안의 근원을 설명해주었다. 특히 자아가 이드의 충동과 초자아의 죄책감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설명은, 늘 ‘잘 살아야만 해’라는 압박에 짓눌린 나의 상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가 나약하거나 비효율적인 사람이라 이리도 어둡고 절망적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구조 자체가 그런 긴장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마키아벨리즘과 죄수의 딜레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에 관한 장들도 몹시 흥미로웠다. 이 책이 철저히 개인의 내면만이 아닌, 혼자서는 꾸려갈 수 없는 ‘삶’이라는 총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지적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 구조 안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약간의 틀을 제시함과 동시에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현실적인 고민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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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내면성장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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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긴관계론, 자기관리론, 성공대화론….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그 이름, ‘데일 카네기’의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출판사는 언제나 그렇듯 믿음직한 <현대지성>이다.

    이번 『데일 카네기 내면성장론』은 바로 그 데일 카네기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을 탐구하여 써낸 책이다. 누군가 링컨의 인생에 대해 묻는다면,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게티즈버그 연설을 했고, 마지막에는 부스라는 자에게 암살당했다”는 정도로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면의 여정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카네기는 이 점을 정확히 꿰뚫는다. 사람들은 링컨이라는 사람의 위대함을 말하지만, 정작 그의 진짜 면모—짙은 고독과 성찰, 그리고 성장의 과정—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한 명의 미국인으로서 링컨을 온전히 존경하기 위해 그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 여정 끝에 데일 카네기는 확신한다. ‘아, 그는 누구보다 짙은 고독 속에서도 내면을 가다듬어 위대한 성장을 이룩하였구나!’ 그리고 이 깨달음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데일 카네기 내면성장론』이다.

    『데일 카네기 내면성장론』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위인의 삶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내면을 다듬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연구서’다. 링컨을 우러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삶을 본보기 삼아 스스로를 다듬고자 하는 독자라면 깊은 울림과 실질적인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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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플러스 五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플러스
윤동주 외 15명 지음, 차일드 하삼 그림 / 저녁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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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

みんあ嘘にして春は逃げって待った

-타네다 산토카

‘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장면은 무엇인가.

꽃피고 잎 날리는 계절, 수줍은 미소와 애정 어린 눈빛,

여러모로 붉고 하얀, 그러므로 분홍인 것의, 설렘 발하는 포근함일 터.

이 다음에는 푸름 생생한 여름이 따라오기에

봄은 언제나 끝보다는 시작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은 조금 다른 큐레이션을 보여준다.

꽃피는 계절 불현듯 찾아온 이별과 상실의 순간들을 담은 시를 엮고,

이에 인상주의 화가 차일드 하삼의 다색찬란한 그림을 더해

시의 아련한 여운을 더욱 깊게 곱씹도록 만든다.

‘찬란한 슬픔의 봄’을 한 권으로 만든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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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편역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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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적 생활의 즐거움』을 펼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거의 사람들이 말하는 ‘지적 생활’이란 무엇일까—였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라면 지금과는 다소 다른 기준과 분위기 속에서 그 의미가 구성되었을 테니.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시대의 거리감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진중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저자 해머튼은 지성을 타고난 재능이나 불꽃같은 영감이 아닌, 일상 속에서 기르고 다듬어야 할 습관이자 자세로 본다. 집중력을 단련하고, 사유할 시간을 확보하며,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힘. 그가 말하는 ‘지적 생활’이란 결국 생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 방식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지적 생활의 즐거움』은 근대적 의미의 자기계발서다. 단, 목표는 성공이나 외적 성취가 아닌, 내면의 질서를 세우고 자신의 삶을 조율하는 일이다. 특히 “소망은 시작일 뿐, 훈련이 전부다”라는 해머튼의 말은 단순한 인내가 아닌,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은 당장의 유익을 말하거나 확실한 성공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대신 독서와 사유, 고요한 자기 단련을 통해 스스로를 다듬고자 하는 사람에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조언을 건넨다. 마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처럼, 책장에 두고 삶이 흔들릴 때마다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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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와 베타 (양장)
로저 젤라즈니 지음, 조호근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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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 젤라즈니의 『프로스트와 베타』는 인류 멸망 이후, 인간을 창조주로 둔 기계들이 관리하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는 질서와 효율, 논리와 계산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철저하게 '숫자적인' 체계에 의해 유지된다. 이곳에서 인간은 이미 멸종했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데이터 속에 살아있다. 기계들은 인간이 남긴 유산을 분석하고 통제하지만, 그 본질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을 신으로 숭배하면서도 그들이 남긴 모순을 경계한다. 젤라즈니는 이 싸늘한 무대 위에 '프로스트'라는 특별한 기계를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성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정면으로 탐구한다.


 프로스트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손으로 설계된 존재이며, 창조주로부터 인간성이라는 불완전한 유산을 물려받은 존재다. 프로스트의 취미는 '인간을 연구하는 것'으로, 그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인류가 남긴 기록과 유산을 파헤치며 언어와 문학, 감정과 윤리를 분석한다. 처음에는 취미이자 단순힌 관찰로 시작했던 탐색은 점차 자기 변화를 위한 내적 여정으로 발전한다. 마침내 프로스트는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려 노력하며, 흉내 내기가 아닌 인간성이라는 개념을 내면화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그러나 인간이 되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프로스트는 고통을 배우고, 선택의 딜레마를 경험하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복잡성과 불완전함을 직접 체험한다. 프로스트는 자신이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존론재적 한계와 마주하게 되지만, 그 한계를 인식함으로써 그는 더욱 '인간다운' 존재로서 거듭나게 된다. 진정한 인간성이란 불완전함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에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여정은 단순한 개인적 변화를 넘어 신화적 구조를 따른다. 프로스트의 여정은 창조주(인간)으로부터의 분리, 금지된 지식에 대한 탐닉, 고통을 통한 성숙이라는 고전적 서사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야기 후반에는 '베타'라는 또 다른 기계가 등장하는데, 그는 이브적 존재, 즉 전통적 여성의 특징을 띠고 있으며, 프로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감정과 관계,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최종적으로 두 존재가 결합하는 장면은 단순한 재생산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려는 시도로서, 과거를 바탕으로 한 진화적 도약을 의미한다. '프로스트와 베타'는 새로운 종의 서막을 여는 '미래적 아담과 이브'인 것이다.


 젤라즈니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인간의 진짜 유산이 무엇인지에 관해 묻는다. 그것은 기술도 문명도 아닌 '이야기'다. 인간이 남긴 이야기, 인간다움을 담은 언어, 타인과의 감정 교류,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의지. 이 모든 것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때, 인간은 설령 육체적으로 멸망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계속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겼던 것들을 빠르게 침범하는 오늘날, 『프로스트와 베타』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진정 기계가 모방할 수 있는 것가? 그리고 대답한다. 인간이란 알고리즘만으로는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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