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김아인 지음 / 허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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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파이라』는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모범적인 SF의 전형을 띠고 있는 작품이다. 스릴러와 추리를 넘나들며 서정 로맨스까지 놓치지 않는 탄탄한 서사구조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정신 전산화 기술'이라는 이제는 익숙해진 공상과학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기본기를 잘 닦아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 『스파이라』는 개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라'라는 제목의 정체는 소설 후반부에 이르러 밝혀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거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부디 소설을 읽으며 직접 만나보기를 권장하고 싶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제목이 가지는 의미가 굉장히 중의적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함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찰떡같은 제목이라 생각했다고 전하고 싶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아직 『스파이라』의 세계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꼭 직접 두 눈으로, 두 손으로 이 세계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소설 속에는 '에피네프'라는 가상의 질병이 존재하는데, 이는 엄청난 전염성과 치사율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에피네프로 인해 죽어나가는 이도 많으며 보균자를 격리하는 등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는 코로나 사태를 겪었던 현세대의 사람들이라면 분명 대부분이 공감하고 책 속에 쉽게 빠져들게할 요소이다. 그러나 소설은 팬데믹을 겪었던 현실의 고통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맞이해야할 미래에 대해 현실이 취해야할 자세를 웨이시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웨이시안은 소설이 진행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변하게 된다. 소설 초반부에 있었던 페이의 죽음 이후로 겪은 수많은 사건들이 웨이시안을 바꾸었고 그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드는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현실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현실을 이어나갈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웨이시안의 선택이 어떠한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또한 주목해볼만한 점일 것이다. 이러한 결말의 선택이 만약 슬픈 이별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의 문제를 꼬집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김아인 작가가 서정 로맨스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를 겪은 이후 우리 세대는 개인으로 흩어지는 삶으로 되돌아가는 아픈 경험을 겪었다.―책 속 표현을 빌렸다―그런 우리가 『스파이라』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고 때로는 희망적이다. 희망은 기대하고 기댈수록 사람을 괴롭게 만들지만 결국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는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불확실한 희망에 기댔기에 절망했던 페이의 삶,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현실의 자그마한 희망들이 모여 이 세계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한 웨이시안의 삶. 이처럼 아릅다고 절묘한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로맨스가 SF라는 무대에서 펼쳐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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