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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1
고은 지음 / 대원정사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가인
고은의 [수미산] 차분히 읽게 되는 책입니다.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책입니다.
수미산은 인도 북동부를 가로지르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
중앙부에 마치 그 산맥 전체를 사열하는 것처럼 서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수미산은 히말라야를 본뜬 허구 속의 산이요
상상속의 산이라고 하면서
우리들의 가시적인 육안으로는 절대로 확인 할 수 없는
산이라도 합니다.
그 수미산의 시공간적 확대된 기점이 서해안의 작은 무인도인
무욕도가 나오고 무욕도의 도량은 파도소리와 바다 냄새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하네요.
무욕도의 수행자들은 일정한 경지를 얻은 뒤의 자유로서 또는
업보로써 저마다의 포부를 실현하게 되는데
갈등으로부터의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그 스스로 선택한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정된 주인공이 없이
여러 등장 인물들이 하나하나 각가지 시련과 고통, 환희로
뒤범벅이 된 구도의 길을 걸어서
수미산 밑에 모일 때에만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무욕도의 한 어줍잖은 무사승이
나에게도 섬길만한 좋은 스승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속에
어느날 꿈을 꾸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여러 인물들이 용맹정진을 계속한 무욕도가 없어지는 대신
윤회 자체를 일상의 정징 도량으로 삼고 그 윤회의
발전에 의해서 도달하게 수미산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구도자의 궁극일 것 같습니다.
마침내 색계 육계가 다 없어지고 수미산 전체가 무너지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고
무너뜨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계속 물어보게 되네요.
고은 작가의 작품들은 언제 읽어도
마음에 남는 무엇이 느껴지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