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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리추얼의 종말>은 <피로사회>로 유명한 한병철 작가의 책이다. 이전에 <피로 사회>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은 20살이었던 나에게 어려웠지만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깊게 통찷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가 <리추얼의 종말>이라는 책을 냈다길래, 이번에는 어떤 시선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았을까, 그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일까가 너무 궁금해 용기를 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리추얼의 종말>이다. '리추얼'은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꽤 많이 알려진 단어일 것이다. 단어사전에 의하면 '리추얼'은 의식 절차, 의례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미라클 모닝'에 나온 일기 쓰기, 독서 등과 같은 행위가 연상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에 '리추얼'을 그런 의미로 생각했다. '요즘 리추얼이 굉장히 유행인데 왜 '리추얼의 종말'이라는 제목을 정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사실 저자는 '리추얼'을 다른 의미로 설정하여 책을 써 내려갔다.
저자는 리추얼을 이렇게 정의한다. '리추얼'은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 힘"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이런 리추얼을 통해 일정한 목적지가 없어도 삶을 유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다. 리추얼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복되고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많은 것이 소비로 직결된다. 또, 더 많은 자극을 추구하고 성취를 이루도록 만든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리추얼'은 종말 되었으며 공동체의 힘이 상실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내내 '소통 없는 공동체'가 '공동체 없는 소통'에 밀려났다고 말한다. '리추얼'이 유지되었을 때에는 소통이 없어도 공동체의 삶이 유지되었는데, 지금은 공동체가 상실되었다고 비판한다. 현 사회는 소통은 어마 무시하게 많이 이루어지지만 공동체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 예시는 SNS가 대표적이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보고 지인들의 일상을 알게 된다. 또 몇 초면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SNS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개인은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과 우울을 느낀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한 '공동체 없는 소통'이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의한 폐해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휴식이 없고 성과만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 또, 감정과 느낌까지도 구매하는 사회. 더 크고 새로운 자극을 소비하는 사회. 읽으며 가장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도덕을 다양하게 착취한다'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최근 비건 제품이 이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왜 비건을 지향하는 게 중요하는지를 인식하기 보다 '비건 제품을 사용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지구 생명들과 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의 가치보다 개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고 자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지 싶다.
저자가 논리적으로 설명한 현 사회의 모습에 공감했다. 저자는 '리추얼'을 통해 공동체의 힘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 방안에 대해 정확히 와닿지는 않았으나, 읽는 내내 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