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구매했던 조엘 디케르의 "HQ 해리쿼버트 사건의 진실"...읽을때마다 멈추는 일이 생겨 1권도 채 읽지 못한 채 주인공 해리는 몇 년째 감옥에 갇혀있는 중이다. 그렇게 숙제처럼 기억하고 있는 작품의 조엘 디케르 작가님이 새로운 신작으로 나타났다. 재밌지 않다면 6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두께는 버거움일테지만 어느 순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 있을만큼 이 작품은 재미있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뭔가를 추리해가는 내용도 아니지만 잔잔함 속에 전해져오는 먹먹함이 좋았던 것 같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유명한 소설가가 된 마커스 골드먼이 다음 작품을 구성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갔다 사건에 연루된 그를 돕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볼티모어의 서"에서는 같은 인물인 유명 소설가 마커스 골드먼이 자신의 가족들과 어린시절에 얶혀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커스 골드먼의 큰아버지 사울 골드먼은 명성있는 변호사로 일하며 멋진 집, 능력있고 예쁜 아내 그리고 괴짜같지만 천재적인 아들 힐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생활을 하며 '볼티모어 골드먼'이라 불리는  반면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불리는 마커스의 집안은 화목하지만 중산층의 소박한 생활을 하고있다. 


큰아버지를 존경하고 사촌 힐렐과 돈독한 우애를 다지던 마커스는 '볼티모어 골드먼'의 생활을 동경하며 틈이 날때마다 볼티모어로 향한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떠돌던 소년 우디는 사울과 힐렐과의 인연을 통해 볼티모어 골드먼의 새로운 가족구성원으로 합류하게 되고  힐렐, 우디, 마커스는 "골드먼 갱단"을 결성하여 무엇이든 함께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서로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내 일처럼 나서주고 함께하던 그들은 이웃집 소년 스콧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스콧의 누나 알렉산드라는 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마커스는 볼티모어 골드먼에게 2002년 부터 2004년에 일어난 어떤 비극적인 일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은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비밀스럽고 궁금하게 만들어가고 적지 않은 페이지를 통해 들려주는 골드먼 갱단들의 이야기는 속도감있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해결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는지와 깊은 우애만큼 쉽게 질투가 스며드는지 보게되지만 결국엔 서로뿐이다.


앞부분은 힐렐과 우디 그리고 마커스의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중반이후에는 그들의 부모인 사울과 네이든...그리고 할아버지의 엮여있는 사연들이 풀린다. 그리고 서서히 알쏭달쏭한 그 비극적인 사건이 드러나며 결말을 알게되는데... 앞서 골드먼 갱단의 여정을 지켜보며 정감을 느꼈던만큼 큰 애잔함을 전해준다. 그리고 작가인 마커스는 "글을 쓸수 있어서 전부 지울 수 있었고 전부 잊을 수 있었고 전부 용서할 수 있었고 전부 치유할 수 있었다. (P605) " 라며 볼트모어 골드먼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써낸다.


큰 사건과 음모없이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일이 연결되어 큰 일이 일어나고 해결되고 다시 되살아나는 과정을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재밌고 먹먹하게 엮어갔던 '볼티모어의 서'...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