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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평점 :
평범했던 일상에서 모든 것을 바뀌어 놓을만한 어떤일이 일어났을 때 복수 혹은 되갚음을 위해 뛰어드는 작품들처럼 그렇게까지 무모하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집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정말 소중했고 지키고 싶었던 것이 망가지고 사라져버린다면 이미 나는 없는 채로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침묵을 삼킨 소년','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통해 멋진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아쿠마루 가쿠 작가님의 신작 '기다렸던 복수의 밤'이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복수'를 위한 오랜 기다림의 이야기는 맞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은 채 알쏭달쏭 잔잔히 진행되다 5명의 시선으로 하나씩 풀어가는 이야기는 점점 연결되고 드러나며 큰 여운을 전해준다.
한 남자가 교도소에서 출소한다. 한쪽 얼굴 전체에 표범무늬 문신으로 채워져 있고 왼쪽에는 의수를 한 그의 이름은 가타기리 타츠오...들락날락하며 교도소 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새 59살이 되었다. 출소할 때마다 찾아오는 <기쿠야>는 친구 기쿠치가 운영하는 가게로 그에게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소중한 장소이자 27살에 처음으로 교도소에 가게 된 사건이 발생한 장소이다.
친구 기쿠치 마사히로, 과거 가타기리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닿은 그의 딸, 다시 뭔가를 꾸미려는 그가 접근하는 마담, 그리고 <기쿠야>의 단골손님...서로 연관되지 않을 것 같은 다섯사람은 출소한 가타기리와의 만남을 통해 각자 움직이고 그들의 만남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 교차하며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전체 이야기는 연결된다.
정작 주인공인 가타기리의 심정은 크게 드러나거나 자세히 들려주지 않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내왔을지 충분히 이해되고 더 큰 울림으로 되돌아온다. 그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복수가 무엇인지, 그의 계획이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나고 예상되는 가운데 다다른 마지막 이야기를 읽다 나도 모르는 순간 울컥해졌다. 정말 그에게 나는 없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단순할지 모르지만 톡특한 구성으로 풀어가는 방식은 더 큰 궁금증과 흥미로 이어가게 해주었고 전하지 못한 속마음은 더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