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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ㅣ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무거운 내용의 책을 읽다 뭔가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만났던 책이 폴리팩스 부인 첫 번째 시리즈인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The Unexpected Mrs.Pollifax(1966)>이었다. 우연히 스파이 신분이 되어서 엉뚱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내용일거라 예상했는데 내 생각과 다르게 CIA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스파이에 나선다. 독자인 나도 평범한 60대 할머니가 정식 스파이일거라고 생각 못했다는 점이 스파이가 된 이유였을 것이다. 그 부분이 신선했는데 뒤늦게 이 책이 1966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웠다. 할머니 스파이가 활약하는 짜임새 있는 내용이 50년 전 작품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올해 폴리팩스 부인 세번째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폴리팩스 부인의 두번째 시리즈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턴불 : The Amazing Mrs.Pollifax(1970)>를 찾아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폴리팩스 부인은 익숙했고 반가웠기에 제대로 캐릭터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항상 꽃모자를 즐겨쓰며 원예클럽에 참석하는 평범하고 인자한 할머니가 여행 온 미국인 행세를 하며 작전에 투입된다는 설정도 더욱 즐거웠고 매번 임무마다 틀어지는 계획속에 만나는 사람들과 엮어가며 임무를 완수해내는 과정도 재밌었다. 그녀의 엉뚱함, 다정함, 대범함이 어울려진 활약을 보면서 어릴 적 정말 좋아했던 '제시카의 추리극장' 이 떠올라 추억이 한 몫했을지도 모르겠다. 제시카 할머니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발생하고 활약하며 사건을 해결해주던 그 작품의 주인공 '안젤라 랜스배리'는 실제 폴리팩스 부인이 영화화 되었을 때 주인공을 맡았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세번째 시리즈인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개의 여권: The Elusive Mrs. Pollifax(1971)>이 출간되었다. 불가리아에 잠입해 있던 요원이 불가리아에서 활동하는 지하조직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국에 돌아오게 된다. 도움을 주었던 지하조직으로부터 여권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그의 말에 인도적인 도움을 주기로 결정한 CIA 카스테어스 부장은 이 일에 적합한 인물로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가 항상 쓰고다니는 꽃모자가 이번 미션에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극하면서 폴리팩스 부인은 미션을 받고 불가리아행 비행기에 오른다.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젊은이들 니키, 필립, 데비와 함께 불가리아에 입국한 그녀는 신속하게 임무에 나서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을 목격하고 끼어들게 된다. 불가리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여행일정에 참여하는 발칸 투어리스트의 계획에 따라주어야 하지만 횡설수설하는 할머니가 되어 발칸투어리스트를 따돌리고 임무완수 후 만난 지하조직의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오지라퍼가 된다.
이번 작품 역시 임무중에 만난 사람들과 만들어 내는 조화속에서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해간다. CIA 카스테어스 부장에게 항상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폴리팩스 부인이지만 기대이상의 미션클리어로 보답한다.
어릴적 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도로시 길먼 작가는 이혼하고 아이들과 힘들게 생활하던 중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폴리팩스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 주인공 폴리팩스 부인은 그녀를 대신하는 캐릭터로 1966년부터 2000년까지 14편의 작품으로 완성됐으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설러였고 도로시 길먼 작가는 미국추리소설협회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와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이 가득하기에 14편의 시리즈가 모두 출간되었으면 하고 네 번째 시리즈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