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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아직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선호하는 작가님 중에 한 분인 카린 지에벨.
이번 신작인 '그는 한때 천사였다' 에서는 어떤 범죄사건 속에 어떤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줄지...
첫 장을 펴고 읽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전개속에 빠져 집중했다.
성공한 비즈니스 전문변호사 프랑수아는 가망이 없다는 뇌종양진단을 받고 자기 삶에 갑자기 다가 온 죽음에 망연자실해 한다. 사랑하는 아내 플로랑스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주변에 슬픔을 전해주기 보다는 목적지없이 길을 나선 그는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어린 청년 폴을 태워주게 된다. 커다란 배낭 하나뿐인 폴에게 음식과 숙박까지 책임지며 폴의 목적지까지 동행하게 된 프랑수아와 처음 만난 자신에게 모든 것을 베푸는 그에게 차와 지갑을 훔치려는 계획을 접고 조용히 함께하는 폴. 그의 목적지에 도착하여 이별을 고하려는 순간 험악한 사람들을 발견한 폴은 다시 프랑수아의 차에 올라 도망치게 된다.
쫒기는 폴의 사연이 복잡함을 짐작하면서도 떠나라는 폴에게 함께 가겠다는 프랑수아로 인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된다.
함께하는 가운데 시한부로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프랑수아의 상황을 듣게 된 폴은 그의 마지막에 꼭 자신이 함께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한참 젊음을 불태울 나이에 죽음을 불사하며 위험속으로 들어가려는 폴에게 프랑수아는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한다.
대가없이 베푸는 친절과 어른다운 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한 폴에게 프랑수와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아들이 없는 프랑수아는 잘못 된 것인줄조차 모르는 폴에게 예의를 지켜 얻어지는 자존감에 대해 알려주며 둘은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끈질기게 쫒는 무리들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프랑수아는 폴이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상상할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지만 삶이 얼마남지 않아서일까...폴의 의미가 소중해져서일까...프랑수와는 그를 이해하며 폴이 지키고자 하는 한 가지를 위해 끝까지 자신의 남은 삶을 바치기로 한다. 드디어 쫒는 무리들과 결판을 내는 위기 속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가운데 그는 발사된 총에 맞고 쓰러지는 데...
폴의 인생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로드무비 같았는데 폴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액션 느와르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Satan était un ange: 사탄은 천사였다.>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더 작품을 와닿는 제목인 것 같다. 본문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사탄도 원래는 임무를 부여받고 세상에 보내진 천사로 인간들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주다보니 죄에 물들었을 뿐... 그는 원래 천사였다. 아마도 폴도 그랬을 것이다. 그가 사탄같은 삶을 살수밖에 없었지만 원래 천사였음을 알기에 그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도 않을까. 비록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을 위해 일해왔던 프랑수와도 다른 시각에서는 범죄자이자 동조자일 수 있다. 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환경 속에 프랑수와 같은 아버지를 만났더라면 그의 삶 역시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결론을 읽어가는 가운데 폴의 결론을 나타내는 한 줄에 마음이 아파왔지만 그렇게 그가 지키고자하는 그것은 천사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비록 그는 옮지않았지만 그가 한때 천사였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