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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폴 오스터의 명성을 듣고 일찍이 대표작 중 하나인 <뉴욕 3부작>을 펼쳤으나 내가 부족했던 탓인지 어렵다는 느낌만 받고 나중으로 미뤄둔 채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대작가의 작품을 하나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더 이상 폴 오스터라는 작가의 신작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안타까움 속에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바움가트너>가 궁금해졌다.
'바움가트너'는 대학시절 만난 아내 '애나'를 10년 전 예상치 못한 사고로 잃고 혼자 남은 70대 노 교수이다. 언제나 함께 있을 것 같던 존재가, 행복했던 평범한 순간들이 갑자기 사라진 채 외로움과 그리움을 혼자 견뎌내고 있는 그는 그 상실은 마치 신체의 절단과 같은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시인이자 작가였던 애나가 남긴 원고들을 출간하기 위해 정리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애나의 내면을 만남과 동시에 그녀의 업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한다. 애나의 빈자리를 새로운 사랑 '주디스'가 채워주지만 바움가트너가 바라는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은 채 또 다른 상실을 경험한 그는 애나의 작품을 논문으로 쓰고 싶다는 젊은 대학원생 '베아트리체'의 연락을 받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마중나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죽음과 상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그럼에도 다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했던 소설은 투병 중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썼을 폴 오스터를 떠올리게 하면서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의 상실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몸이 절단되는 고통이라는 점에 동감하며 70대를 살아온 바움가트너가 떠올리는 수많은 감정들과 추억들을 통해 우리들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했다. 살아가면서 한 번씩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