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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평점 :
매년 생일마다 모든 이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삶을 산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특별한 설정이 궁금해 만난 소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기가 맞이한 1월 5일 첫 번째 생일날 아침 자신의 아이라는 기억을 잃어버린 부부가 낯선 아이가 집에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기막힌 이야기로 시작한다. 함께 했던 모든 흔적이 사라진 까닭에 부부의 아이임을 증명할 수 없었고 아이는 낙농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위탁시설 밀크우드 하우스에 보내진다.
이름도 생일도 부모도 아무런 정보 없이 밀크우드 하우스에 온 아기는 다정한 미셸 선생님에 의해 '토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렇게 매년 새로 온 아이가 되면서 그곳에서 성장해간다. 14살이 된 토미는 밀크우드 하우스에 새로 온 3살 연상의 캐리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지지만 언제나 그랬듯 1월 5일이 지나자 캐리의 기억 속에 자신은 지워지고 18살이 된 캐리가 위탁시설을 떠나게 되는 모습을 괴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재시작을 겪으며 나름의 방법을 찾은 토미는 위탁시설을 떠나야 하는 18살 생일날 아침 모아 둔 돈을 가진 채 재시작 할 수 있었고 병원에서 만났던 자신만 기억하는 친구 조시를 찾아가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삶을 쌓아가던 토미는 재시작의 원인을 밝혀냄과 동시에 그리운 캐리를 찾아내고 싶어지는데...
축복받아야 하는 생일날이 내가 지워지는 순간이라니... 1년마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매년 노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불행하고 불안하게 다시 혼자 남겨지는 그날을 반복하면서도 주인공 토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며 매 순간 씩씩했다. 외로운 삶에서 유일하게 찾아내고 싶었던 캐리... 혼자 견뎌낸 삶에서 나타나주길 바라며 결말을 찾아갔지만 재시작의 난감함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인생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토미가 전해주는 희망적인 모습이 잔잔한 감성으로 전해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