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푸틴의 정원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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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으로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 중인 딸 사야카를 만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데이토 대학 부속병원을 찾은 이누카이 하야토는 사구체신염으로 역시 장기 입원 중인 또래 친구 유키와 의지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돌아선다. 며칠 뒤 재택 치료를 결정했다는 유키의 퇴원 소식을 들은 하야토는 별다른 치료 방향 없는 퇴원에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의문의 답은 한 달 뒤 유키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되돌아온다.


딸 사야카와 함께 조문을 간 하야토는 관 속 유키의 쇄골 아래에서 발견한 작은 멍들이 의심스러운 가운데 장례식장에 찾아온 자신과 같은 눈빛을 뿜고 있는 경찰을 알아보고 다가간다. 유키의 부검 결과는 병사였으나 학대 또는 다른 정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나눈 하야토는 상사 '아소'에게 청하여 협력수사에 나선다. 조사를 통해 학대는 없어 보이나 도저히 멍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운데 공원에서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한 여인이 자살한 채 발견되는데... 여인의 쇄골 아래에 작은 멍이 가득하다.


두 사건에서 가리키는 공통된 방향을 찾아간 하야토는 마치 예전 혈우병으로 고생하던 러시아 황태자가 누구도 고치지 못했던 증상을 수도승 '라스푸틴'의 등장으로 출혈이 멈추며 큰 신임을 얻었던 것처럼 위기 속에 갇힌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있는 한 단체와 인물에 주목한다.


뜻하는 대로 치료가 이어지지 않아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다음 단계의 치료를 제시하는 현대 의학 앞에서 이 치료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과 경제적인 비용 부담 사이에서 포기할지 계속 치료를 이어갈지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다. 혹시나 누군가 효과를 보았다는 민간요법이나 시술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면 그 역시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이성적 판단에 앞서 작은 불씨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이 크기에...


형사 의료 미스터리인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는 형사이자 아픈 딸을 둔 아버지이기에 조사 과정에서 늘 그의 공감이 함께한다. 같은 경험을 겪어 본 독자들 역시 책 속의 상황에 동감하는 포인트들이 많을 듯 하다. 현대 의학의 무분별한 치료를 부정하고 민간요법의 무분별한 믿음을 경계시키는 <라스푸틴의 정원>은 백신 부작용을 경고하던 <하멜른의 유괴마>와 비슷한 고발과 경각심을 심어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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