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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아내 '줄리앤'이 수술 합병증으로 떠난 지 16개월이 지나는 동안 아버지와 같은 심리학자가 되겠다는 큰 딸 '찰리'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행동심리학을 공부 중이며 제법 숙녀티가 나는 12살 둘째 딸 '에마'는 이상하게 엄마의 죽음을 회피하는 중이다.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조'는 버텨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머리에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은 조는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버지 병상 앞을 지키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 누구인지 묻자 그녀는 '이 사람의 또 다른 아내예요' 라는 답을 해온다.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이름은 '올리비아'로 이미 20여 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올리비아가 들려주는 얘기대로라면 그동안 아버지는 중혼으로 이중생활을 이어왔다는 것인데... 저명하고 유명한 외과의이자 강직함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은 충격적이다.
계단에서 굴렀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누군가의 폭력으로 인한 부상임이 드러나고 조는 올리비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확신하지 못함과 동시에 누가 아버지를 노렸는지 전직 경찰인 친구 '루이즈'의 도움을 받으며 자체 조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올리비아의 전 남편에게 일어난 사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올리비아의 아들 '유언'의 존재, 아버지가 설립한 올로클린 재단의 사라진 돈, 오래전 소송을 당했던 의료사고의 전말에 대해 알게 된다. 알 수 없는 사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혼수상태인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고 학교에서는 딸 에마의 문제로 상의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이번 작품은 사건 해결에 투입되었던 심리학자 '조'가 아닌 철저히 자신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의 진실을 찾는 아들이자, 딸을 믿어주는 아버지 '조'의 이야기로 가득했고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이나 가족 간의 관계 등이 들려지는 동안 '조 올로클린'과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기억 속 떠돌았던 어색한 퍼즐들이 제대로 맞춰지고 어른이 된 아들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새롭게 새긴다.
여전히 파킨슨병은 조를 힘들게 만들고 여러 상황들이 고되지만 '인생 최악의 한 시간도 결국 육십분이 지나면 끝난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처럼 조의 곁을 지키는 따뜻한 가족들과 친구들 덕분에 잘 견뎌낼 듯하다. 2018년 <나를 쳐다보지 마> 이후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조 올로클린 시리즈여서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고 한 장씩 소중하게 읽어 나갔다. 마이클 로보텀의 최신작이 <디 아더 와이프>를 끝으로 '조 올로클린'이 아닌 '사이러스 헤이븐'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의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좋지만 이 작품이 부디 조 올로클린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