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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닿는 거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평점 :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었던 남자친구 '준'의 아이를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준은 도망쳤고 '미유'는 충격을 받는다. 어렵게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화가 난 부모님은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미 중절수술의 시기는 지나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내자는 부모님의 의견에 오기로 혼자 낳아 기를 거라며 집을 나왔지만 정작 갈 곳은 없다. 이곳저곳 떠돌다 순진하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곳을 따라갔지만 유흥업소였고 도망친 미유는 사방이 막혀 암울한 기분으로 어느 건물 옥상에 올라선다.
뛰어내리려는 그때 갑자기 나타난 어린 자매와 여성으로 인해 실행을 멈춘 미유는 지난번 유흥업소에서 다정한 조언을 해주던 그녀 '지사'를 다시 만난다. 갈 곳 없이 밤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나 방치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해 주는 일을 한다는 지사는 자신의 집으로 미유를 데려오고 출산 때까지 일하며 머물 곳이 필요한 미유를 위해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그린 게이블스'를 소개해 준다.
빨강 머리 앤에서 따온 '그린 게이블스'는 '매튜와 마릴라'처럼 남매 지간인 '이카와'와 '가나토'가 운영 중으로 다리가 불편하고 치매 증세가 살짝 있는 연로하신 어머니 '루이코'와 남매가 돌보고 있는 위탁 아동 '히사토'와 '다이치', 부모를 알지 못해 양자로 입양한 '미쿠'가 살고 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부조화스러운 가족이지만 임신한 10대 여자아이를 선뜻 받아줄 만큼 따뜻하고 웃음 넘치는 그곳에서 꿈틀 대는 여자아이를 뱃속에 품은 미유의 생활이 시작된다.
지체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모진 경험을 한 지사, 수많은 여성들과 스치는 만남을 가지는 아버지를 따라 떠돌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카와, 유명 디자이너의 딸로 컸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기억할 수 없었던 가나토... 어리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울타리 없이 혼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무거웠을 사연들이 들려진다.
감당할 수 없어 보이던 그때 손 내밀어 준 인연들은 가족보다 더 끈끈했고 따뜻했으며 그 관계는 감동적이었다. 그 사연 속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양한 형태를 가진 가족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아동학대, 복지 밖의 아동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전망탑의 라푼젤>에 이어 두번째로 만난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은 던져 준 메시지를 통해 큰 울림과 함께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선을 이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