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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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인 두 작가가 한 명은 집필 담당, 한 명은 플롯 담당을 하여 만들어 낸 콤비 작가 유닛 '후루타 덴'. 특이한 작가 이력이 기억에 남았고 앞서 만난 <거짓의 봄>도 좋았기에 후루타 덴의 신작 <사건은 끝났다>이 기대되었다. 일부러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 않고 펼친 앞 몇 페이지에서 벌써 사건은 끝나 버린다.


그 사건은 12월 20일 저녁 7시 21분 도에이 지하철 S선 열차의 한가운데인 다섯 번째 칸에서 일어난다. 패딩 입은 청년이 배낭에서 칼을 꺼내기 전까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몸을 싣고 달리던 전철 안은 평온했다. 찰나의 순간이 지옥 같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다시 일상의 모습을 되돌리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지하철 S선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라 불리며 사건은 끝나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단편 형식으로 그 다섯 번째 칸에서 일어난 사건을 직접 겪은 뒤 혼돈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에 대해, 이제는 말할 수 없는 피해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그에 대해 들려준다. 제대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들려지는 동안 얼마나 힘들지 공감하게 했고 마지막 멈춰버린 사연에는 울컥한 감동도 남겨졌다.


뉴스에서 일본 사회에서 일어났던 묻지 마 범죄를 본 것을 기억하는데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도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사건이 되었다. 그 묻지 마 사건이 분위기를 타며 동일 사건이 여기저기 반복되던 때 내가 사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에서 크게 일어났다. 내가 아는 장소여서 충격적이었고 이후 그곳을 지날 때면 그날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또 누군가 모방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까 긴장했다. 내가 그 정도인데 그날의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쉽게 잊고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날의 피해자 가족들은 어떻게 큰 슬픔을 견뎌내고 있을지...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더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야쿠마루 가쿠의 <죄의 경계>도 떠올리게 했던 <사건은 끝났다> 제목 뒤로 그러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끝나지 못한다가 이어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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