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메인 PD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방송계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단물만 빨아먹히고 번아웃이 온 다음에야 잘리듯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고향 대전에 돌아온 솔은 조용한 도시 대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유튜버로 인생 2 막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아이템을 고민하기 위해 새로 생긴 카페에 들어선 솔은 같은 건물에 있던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주인인 돈 아저씨와 친구들과 보냈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우연히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나 아저씨 소식을 묻지만 3년 전 연락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빈과 함께 지하실에 남아 있는 '돈키호테 비디오'를 찾아간 솔은 그 옛날 추억이 그대로 떠오르는 그 곳에서 돈 아저씨가 보고 싶어졌다. 문득 돈 아저씨는 찾는 콘텐츠를 떠올린 솔은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

소설 <돈키호테>를 필사할 만큼 좋아했던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 산초누나 솔과 한빈은 작은 단서들을 시작으로 돈 아저씨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과정들을 공유하고 돈 아저씨가 소개해 주었던 그 시절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S대 법대를 나와 학원계와 출판계, 영화계에 몸 담았던 돈 아저씨의 과거와 지인들을 추적해가며 과거를 채워가는 동안 유튜브 구독자 수도 올라가고 모두 돈 아저씨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가운데 드디어 어떤 흔적을 발견하는데...

<불편한 편의점>1, 2권을 모두 재밌게 읽었지만 또다시 비슷한 느낌의 소설이지 않을까 반신반의했던 <나의 돈키호테>는 비슷한 듯 다른 감성을 전해주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어릴 적 만화 대여점, 비디오/CD 대여점이 있던 시절 찾으면 쉽게 볼 수 있는 요즘과 다르게 직접 대여해야만 볼 수 있었던 귀중하고 애틋했던 그 추억을 공감하게 했다. 솔과 한빈이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소신과 정의를 지키며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실행하는 어른 돈 아저씨를 보면서 내가 꾸었던 꿈과 포기했던 꿈을 떠올려보게도 했다. 되감아진 비디오처럼 지나온 과거의 추억으로부터 들려진 이야기는 돈 아저씨를 둘러싼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재생시켰다. 펼친 순간 집중하게 할 만큼 추억과 재미가 가득했던 <나의 돈키호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