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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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의 결혼식을 며칠 앞 둔 줄리아는 절친 스탠리와 웨딩드레스를 고르던 중 아버지 개인비서로부터 파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비행기가 도착하는 나흘 후 열리는 장례식이 줄리아의 결혼날과 맞물리면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결혼식이 취소된다.


장례식 다음 날 줄리아의 집으로 특대형 상자가 배송되어 온다. 상자에는 돌아가신 아버지 '안토니'와 너무나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밀랍인형이 들어 있었고 작동해 보라는 메시지에 따라 리모컨을 누른 줄리아는 눈을 뜨고 미소 짓는 아버지를 만난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줄리아에게 안토니는 생전 삶이 끝나고 며칠 동안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안드로이드를 연구했으며 자신은 샘플이라고 설명한다.


사업으로 항상 바빴던 아버지와 몇 년째 연락도 하지 않으며 서먹했던 부녀가 그렇게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단 며칠 동안 주변의 시선을 피해보고자 취소도 환불도 되지 않는 아담과 가기로 한 신혼여행 티켓을 활용해 몬트리올로 여행을 떠나게 된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도 묵혀 둔 감정과 추억들을 꺼내며 티격태격한다.


안토니의 이끌림으로 거리의 화가 앞에 앉게 된 줄리아는 그곳에 붙어 있는 한 사람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고 아주 오래전 묻어둔 소중한 이름 '토마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안토니는 아주 오랫동안 전해주지 못한 토마스의 편지를 줄리아에게 건네주는데...20여 년간 모르고 지났던 진실을 발견한 줄리아는 너무 늦었을지 모르지만 뒤늦은 답장을 하고 싶은 마음에 안토니와 함께 몬트리올에서 돌아와 다시 독일로 떠난다.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은 어쩌다 보니 마음과 달리 엇갈린 부녀간에 남겨둔, 후회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쁘다는 핑계로 챙겨주지 못했지만 결국 딸의 행복을 바랐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만들어 낸 괴이하고 기발한 계획은 딸의 진심을 찾아가게 한다. 잃어버린 가족 간의 사랑을, 친구와의 우정을, 따뜻한 이웃과의 정을 그려내는 마르크 레비의 작품들은 기욤 뮈소와는 다르지만 또 비슷한 감성을 불러일으켜 매번 즐겁게 찾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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