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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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모토코'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유품정리를 위해 어머님 집에 방문한다. 넓지 않은 공간이라 쉽게 정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간마다 빽빽히 차지하고 있는 짐들에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고 엘리베이터 없는 4층이라는 점은 더 암담하다.


돌아가시기 전 깔끔하게 자신의 물건을 정리한 친정어머니와 다르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조미료, 저렴하다고 사둔 여러 물건, 새 것을 샀으면서도 버리지 않은 헌 물건 등을 발견할 때마다 평소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거기에 생전 키우셨다는 살찐 토끼까지 맡게 생겼으니...유품정리 회사를 고용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정리가 늦어질수록 임대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까닭에 모토코는 부지런히 정리하지만 짐들은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


혼자 판단하기 힘든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남편을 데려왔더니 아버지의 사십년치 월급 명세서,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와 성적표, 공작시간에 만들었던 물건 등 며느리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편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때마침 동생부부도 친정어머님이 살던 고향집을 처분하게 되면서 며느리와 자식의 입장을 비교하여 생각해보기도 한다.


간단 명료하고 깔끔했던 친정어머니와 쌓아두는 걸 좋아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많았던 시어머니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분이었지만 정리를 거듭해갈수록 막상 자신이 두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음을, 생전에 더 알아가지 못했던 후회스러움을 느낀다.


아직 시간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내가 만난 어떤 경험은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 안녕을 고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과 동시에 짐스럽다는 느낌에 조금씩 비우며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꺼내두고 보니 쓰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며 버리지 않은 물건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발견했기에 모토코가 유품정리를 하며 이야기하는 많은 순간들에 동감했다.


사회문제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가키야 미우'의 이번 신작은 돌아가신 분의 유품정리라는 생각지 못한 이야기로 찾아왔다. 남겨진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알고 있는 줄 알았지만 잘 몰랐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고 누구나 맞이할 인생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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