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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자를 살해하고 감방에 간 여자!! 피해자인 그녀가 가해자가 된 상황!! 스토커가 어떻게 여주인공에게 집착했고 어쩌다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의 당위성을 그려갈거라 마음대로 예상했던 작품은 다른 죄수들과 함께 교도소행 호송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로미 홀'. 스트립클럽 마스룸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며 예전 클럽의 문지기 사이에서 낳은 아들 잭슨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모든 시작은 마스룸에 단골손님으로 커트 케네디가 나타나면서부터이다. 자신의 일상에 자주 출몰하며 스토킹하는 커트에 질려 타이어 공구로 내려쳐 죽음에 이르게 한 로미는 아들을 보호하려했다는 사실은 봐주지 않고 그 일이 어린 아들 잭슨 앞에서 벌여졌다는 것과 도덕적이지 않은 스트리퍼로 일하는 로미와 달리 커트가 한 쪽 다리를 저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았던 국선 변호사와 불리한 증인들의 증언이 어우러져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렇게 교도서에 들어온 로미는 사귀던 남자친구 지미와의 인연이 끝났다는 것을, 엄마에게 맡겨 둔 아들 잭슨이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울거나 신세한탄이 허용되지 않는 교도서의 생활을 파악하고 적응한 로미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일 뿐...
소설은 스탠빌 여자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의 사연과 그 안에서 어울어져 가는 로미의 현재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들려진다. 십대시절부터의 약물과 마약에 빠졌고 엄마와 돈독한 유대관계가 없었던 환경에 대해, 클럽에서 일하며 낳은 잭슨에 대해, 새로운 남자친구 지미와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얽히지 말았어야 할 커트 케네디의 악연에 대해...지금까지 살아온 로미 홀의 인생은 힘들어 보였고 각자 센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 속에서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교도소에서의 삶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대신해 잭슨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잭슨이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미는 잭슨 생각에 안절부적해진다.
거친 말들과 비유적인 표현들, 암울한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이었으나 어느 순간 모든 삶이 뒤바뀌고 소중한 것은 전부 잃으며 인격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로미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범죄와 처벌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해 교도소와 법원을 다니며 많은 수감자들을 만났다는 레이첼 쿠시너 작가의 이력 덕분인지 소설은 교도소 안의 생활이 그대로 그려질만큼 생동감 넘치는 표현으로 전해진다. 결말까지 읽고나니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던 로미의 평탄치 않았던 모든 순간이 떠올라 안쓰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