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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게 읽은 책이면서 내 블로그에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던 의미있는 책 '비하인드 도어' B.A.패리스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전작만큼 재미있을 뿐 아니라 보다 더 심리적으로 몰아가는 전개에 읽는 나조차도 함께 불안하고 의문이 들게 만들어간다.
역사교사로 일하는 캐시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모인 파티가 마무리될 때 즈음 치기 시작한 천둥과 폭우를 뚫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지름길이지만 으스스한 숲 속길로 오지않겠다고 남편 매튜와 약속했지만 빨리 집에 당도하고 싶었던 그녀는 그 길로 들어서고 집 근처에서 이르러 멈춰있는 차 한대를 발견한다. 빗발이 거센 날씨에 차 안에 있는 금발의 여자와 눈이 마주친 캐시는 도움을 줘야할지 망설이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반응을 기다리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자 다시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다음날...숲속에서 그 여자가 살해되었다는 뉴스를 듣게된 순간 자신이 그녀를 도와주었다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빠져든다.
매튜와의 약속을 져버리고 그 길로 지나왔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캐시는 남들보다 사건에 집중하며 관심을 갖고 피해자가 얼마 전 파티에서 알게 된 제인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어쩌면 그 곳을 지나간 자신을 본 범인이 지켜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제인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목격자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캐시는 고민하며 점점 예민해져간다.
익명으로 경찰에 제보를 한 캐시는 어느 날부터 매튜가 출근하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가
공포로 다가오고 누군가 집안에 들어왔다간 흔적을 느끼며 범인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44세의 나이에 치매를 진단받았던 엄마를 떠올리게 할만큼 캐시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범인이 몰아가는 공포인지? 혼자 만드는 공포인지? 상황은 점점 혼란스럽기만 하다.
캐시를 사랑해주는 남편 매튜와 어릴 적부터 가족처럼 지내온 친구 레이첼의 보살핌과 위로를 받으며 버텨가지만 계속되는 캐시의 이상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그 둘 역시 지쳐가게 만든다. 점점 구석으로 몰려가던 캐시는 자신을 번뜩이게 만드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살인사건에 엮여 범인에게 쫒기는 줄거리가 아닐까 싶었지만 살인사건을 계기로 죄책감과 불안감 거기에다 건망증으로 주인공 캐시가 심리적으로 점점 죄어가는 과정이 보여진다. 그 과정은 읽는 나에게도 같은 감정을 전해주며 빠져들게 만들고 캐시가 만난 상황이나 심리가 점점 불안해지고 극한이 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피페해진 그녀의 마음도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는 매튜의 마음도 이해된다. 그리고 무심코 시작된 결말에 멈추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당연하게 지목되는 진실은 너무 뻔해서 아니지 않을까 싶었고 중반쯤 의심되는 상황은 그것이 진실일지, 진실을 가릴 또 다른 장치일지 애매해져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조금씩 진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악랄한 진실에 분노하게 만든다. 캐시의 선택과 행동이 조금 약하게도 느껴지지만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니...나름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두번째로 만나는 B.A.패리스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며 전작의 분위기가 함께 떠오를 만큼 고유의 특징과 개성이 확실히 느껴졌다. 보이지 않은 것, 드러나지 않은 것,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의 허를 찌르는 그녀의 심리스릴러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