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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곰탕이라는 음식은 '정성'과 '장인'을 떠올리게 한다. 뽀얀국물을 내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을 지켜보며 완성해내야 하는 음식이자 그 맛에 따라 사람들에게 평가되는 음식 중 하나인 곰탕.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어 큰 이슈를 받은 뒤 출간되었다는 구수한 제목의 이 작품은 곰탐의 맛을 찾아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왔다는 기본 설정에 코믹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 속에서 전해지는 곰탕 한 그릇에는 말로 전할 수 없는 수 많은 감정과 의미...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에 살고있는 이우환!!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 같은 이우환은 고아원에서 살다 이곳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며 의미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기억에 없는 어린시절만큼이나 부모의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 그에게 단지 부모님 이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느 날 과거의 곰탕 맛을 그리워하는 주방장은 우환에게 과거로 돌아가 곰탕 맛과 아롱사태를 찾아오면 가게를 차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자칫 목숨조차 위험할 수 있는 시간여행이지만...삶의 의미가 없던 이우환은 수락한다.
미래에서 부산에 도착한 배에는 곰탕 맛을 배우러 온 이우환과 사람을 죽이러 왔다는 김화영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우환은 주방장이 그려준 약도로 찾아간 부산곰탕에서 식당주인 이종인과 그 집의 문제아 아들 이순희 그리고 이순희의 여자친구 유강희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기억하는 부모님 이름이 이순희, 유강희인 것은 우연인 것일까?
종인의 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조금씩 곰탕 만드는 법을 배워가는 우환은 종인과 순희의 존재가 남다르게 다가오고 애틋해진다. 우환은 순희와 강희가 헤어지길 바라기도 했지만 강희는 유독 우환을 따르고 의지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우환에게 먼저 털어놓기도 하는 강희...정작 알아야 할 순희는 종적은 감추고 만다.
자신과 얽혀있는 인연들을 만나며 묘한 감정을 느낀 이우환은 아쉽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배운 곰탕맛과 고기를 챙겨 미래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마음이 바뀐 이우환의 선택은 경찰에게 또 다른 사건을 통해 진실에 한발짝 다가가게 하고 김화영은 이우환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문제아 이순희를 항시 주목하는 경찰들은 의문의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이순희를 지목하지만 계속된 조사를 통해 순간이동과 레이저로 사람이 구멍에 뚫려 죽었다는 믿을수 없는 결과를 얻게된다. 경찰 양창근은 계속되는 의문을 가지고 조사하던 중 귀 뒤쪽을 긁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종대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되고 얼굴과 신분이 바뀐 누군가를 찾아낸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와 이곳에 정착한 박종대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거나 혹은 움직이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경찰들을 멈추기위해 이순희에게 레이저총을 쥐여주고 그로인해 이순희는 유명해지는 앞날이 기다리고 있게된다.
표현하지 않아도 아들이 전부인 이종인, 가족이 그립고 소중한 이우환, 철들지 않은 반항아지만 마음은 따뜻한 이순희, 과거이든 현재이든 나이 혹은 모습이 어떻든 서로에게 아버지면서 아들인 그들의 관계는 잘 짜여진 이야기 안에서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전해진다.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고 전개되는 사건과 상황은 판타지, 스릴러, 범죄, 가족 소설의 장르를 오고가며 재미와 긴장, 감동을 전해주었고 마지막 결말을 읽고나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울렸던 이 작품은 <헬로우 고스트>,<슬로우 비디오>를 만든 김영탁 영화감독님이 생전 곰탕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부재를 떠올리며 쓰게 된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작가후기까지 읽고나니 이 작품에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가족의 사랑과 그리움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