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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출판사 책 소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메튜 퀵이 심오하면서도 유쾌한 소설로 돌아왔다. 돈 많은 남편 덕분에 호사를 누리며 살던 나, 포샤 케인은 못 볼 걸 보고야 말았다. 남편이 어린 것 하고 붙어먹는 불륜 현장을 봐버린 것이다. 분명 슬퍼야 하는데 눈물은커녕 박장대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내 결혼생활이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드디어 영혼 없는 시간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남편의 중요한 부분(!)을 거칠게 한방 먹이고는 힘차게 대문을 나섰다.
이제라도 내 인생을 바로잡겠다는 다짐으로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다가 너무나도 슬픈 소식을 듣게 됐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폐인이 된 채 사라져버렸다는 것. 이 소식을 듣자마다 어떤 새끼가 무엇 때문에 우리 선생님을 사정없이 팬 건지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면서, 동시에 비장한 사명감이 나의 전의를 뜨겁게 달궜다.
'선생님을 구하자.' 선생님을 절망에서 일으켜 세우고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 선생님을 구하는 것이 잘못 살아온 지난 시간을 구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내 인생의 유일한 선(善)이니까. 선생님이 발급해준 '공식 인류 회원증'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이제 나는 선생님을 구한다.
[나의 감상]

이 책을 처음 받아 본 순간..책 앞 표지에 적혀 있던
"사랑은 실패 할지 몰라도,
인생은 실패 할리 없어.
내가 너를,
너를 내가 구해줄 테니까"
이 구절을 보는 순간부터 난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책이 나를 구해줄 것 같았다.
아니..반드시 이 책은 나를 구해야 하는 사명감을 지녀야만 했다.
하지만,
책의 서두부터 나를 충격으로 몰아세웠다. 우리의 인생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하였지만, 시작부터 강렬했다.
포샤 케인은, 어린 나이에 남편 켄을 만나 호화롭게 살았지만, 켄은 포샤를 존중하지 않았고, 그녀의 꿈을 비웃었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포샤는 남편이 미성년자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제대로 목격한다. 제대로 복수하고픈 생각에 옷장에 대기까지 하지만, 막상 남편과 마주치니 정작 이 모든 것이 우스운지, 이별을 고하고 만취한 상태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겠다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만취한 상태에서 비행기에서 매브 수녀를 만나, 그녀에게 무례하게 대하지만, 매브 수녀는 포샤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난 포샤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해줄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정작 집으로 돌아온 포샤가 더 가여워졌다. 포샤 주변에는 대체 제대로 된 어른이 없었다. 온통 문제 투성이였고, 삐그덕 거리는 인생들이었기 포샤가 가진 당당함이 오히려 대단해 보였고, 혹은 당당한 척 하는게 아니었을까 하며 그녀를 의심했다.
그녀의 집에 돌아오면서 부터 얽혀지는 이들의 인간관계는 참 아이러니 했다.
러브 메이 페일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무엇이든지 하나씩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인간들이 없었다. 어찌보면 포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네 인생들은 어디로 흘러 갈지 알 수 없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군소 집단을 이루고 살고 있기에 어떤 이와 스쳐지나가는 만남이 우연일 수도 악연일 수도 혹은 운명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만남들 속에 시간은 흐르고 우리네 인생도 흘러갔다.
이런 인물들은 한때 인생의 장미빛을 꿈꾸었던 청춘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샤가 집으로 돌아온 현재 상황은
포샤는 남편에게 배신을 당했고, 포샤를 짝사랑했던 누군가는 마약에 빠져 청춘을 허비 했으며, 그녀의 친구는 미혼모로 우울하게 살아간다. 포샤에게 한때 구원이자 희망을 주었던 버논 선생님은 가르치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절음발이가 되어 세상과 담을 쌓고 생을 끝내려고 한다. 그리고 포샤..그녀의 어머니는 스스로 쓰레기 더미속에 살며 변하는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실망하며 사소한것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바로 그 사소한 것 때문에 살아가는게 행복하다.
이 모든 사소한 우리의 삶이 <러브 메이 페일> 에 담겨져 있다.
- 아무 일도 안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p.41)
4가지 챕터에서 서로 다른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에 배신 당한 포샤는 한때 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버논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비행기에서 만난 매브 수녀의 말처럼 인생의 모험을 바로 버논 선생이 다시 교단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실에 묶여져 있는 것처럼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랑에 배신 당했지만 그녀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서 성장하게 되고, 버논 선생님 역시 포샤에게 구원을 희망을 주었던 것 처럼 그녀를 계기로 구원 받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 우울한 인생들의 나날은 여전히 우울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나는 세상은 기적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기적을 이루는건 뜬금없이 하늘에서 내려 온 한 줄기 빛이 아니라, 기적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의 의지와 행동력 즉...사람을 믿는다. 그래서 포샤의 용감한 행동을 응원했고, 버논 선생님이 반드시 교단으로 돌아와주길 바랬다.
이 소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XX > 시리즈가 떠올랐다. 포샤가 학창시절에 유행했던 헤비 메탈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그 들에게 공감이 되게 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그런 매개체를 통해 과거의 내가 반짝 반짝 빛이 났던 그 시절을 되돌아 보지만 이내 곧 잿빛의 지금의 모습에 조소를 보낼지라도 우리는 끊이 없이 스스로를 구원해 가며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 생이 언제 또 응답하라 201X 가 될 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 난..원서 코너를 뒤적거리고 있다. 오랜만에 흥분에 휘둘려 득템했다고 여기는 작가의 책을 원서로 읽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영문판이 더 재밌을꺼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 본 서평은 '박하출판사'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러브 메이 페일.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