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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평점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파리, 센 강 위에 특이한 수상 서점, 종이약국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큰 금액을 치르더라도 손님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없다. 손님의 상처와 슬픔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책으로 처방하는 것, 주인인 페르뒤 씨가 책을 파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버림받은 사람,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사람 또는 연인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은 사람, 그렇게 멍든 가슴을 움켜쥐고 절망과 슬픔에 빠져 사는 이들은 페르뒤 씨가 종이약국에서 처방한 책으로 새 삶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페르뒤 씨가 치유하지 못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페르뒤 씨, 자신이다. 그야말로 누구보다 처참한 상처를 안고,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운명적으로 뜨겁게 사랑한 연인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 말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고,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의 영혼을 봉인해버리고는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기만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사건으로 봉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한 권의 책을 가슴에 품은 채, 종이약국을 출항시켜 센 강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그를 뒤흔든 것은 무엇일까?
[나의 감상]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된다 > 였다. 짝사랑의 고백이 처절한 실연으로 끝났을때에도, 사랑하면서 상처 받았을때도 늘 한번씩은 누군가에게 들어봤던 바로 그 말.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된다.
종이 약국의 주인공 장 페르뒤씨는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 영혼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 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듣는 것. 이것으로 인해 페르뒤씨의 파리의 센강 위의 수상 서점은 약국 처럼 손님들에게 책을 맞춤 처방이 가능하다.
P.39 책은 의사인 동시에 약이기도 해요.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죠. 손님이 안고 있는 고통에 맞는 적절한 소설을 소개하는 것. 바로 내가 책을 파는 방식입니다.
페르뒤씨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본인의 마음의 상처를 마주보고 치유할 능력은 없었다. 그의 집 라벤다방은 20년간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방의 문은 이웃으로 이사온 또 다른 사랑에 상처 받은 여인 카트린을 위해 오래된 식탁을 꺼내면서 그는 20년이 넘의 그의 사랑 OO 를 떠오른다. OO 는 페르뒤를 사랑했지만 그를 떠나버렸고, 페르뒤는 OO를 원망하며 책 초반에는 이름 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이름 조차 꺼내지 못할 만큼 그의 마음은 사랑으로 상처 받고 그 상처는 20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카트린은 페르뒤에게 받은 식탁에서 오래된 편지를 발견하고, 이 편지를 전하려 하지만 페르뒤는 거절한다. 분명 그를 떠난 마음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리라 짐작하고 20년이 지나버린 그 편지를 이제서야 읽어 볼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이내 그는 편지가 궁금해진다.
페르뒤는 OO의 편지를 돌려 받기 위해 카트린의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한다.
그의 젊은 20대를 사로 잡은 그녀, 그리고 홀로 그 상처를 되씹으며 20년간 홀로였던 페르뒤. 남편에게 온전히 버림 받아 사랑에 상처 받은 여인 카트린.
그들은 사랑이 그리웠고, 수년간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망가뜨렸고, 새로운 사랑이 다가왔다. 새로운 온기가 이들을 서로 앞에서 온전히 여자, 남자가 되었다.
페르뒤는 카트린이 전해준 21년이나 지나버린 편지를 다시 남자가 되고 나서야 열고 읽었다.
OO의 이름은 마농이었고,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죽음이 그녀를 덥쳐버리긴 전에 마농은 장이 보고 싶어서 편지를 어렵게 썼지만 그 편지는 20년 동안 봉인 되어 있었기에 페르뒤는 편지를 읽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수상 서점의 배를 움직인다. 출발하는 찰나의 순간에 젊은 신예 작가 막스 조당이 배에 타며, 그들만의 힐링 여행이 시작된다.
막스 조당은 촉망받는 신인 작가로 밤 이라는 소설로 크게 성공하지만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어 한다.
페르뒤의 고통을 덜어주고 유일하게 감동을 주었던 사나리의 <남녁의 빛>을 조당에게도 추천해 준다.
이들의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은 모두 사랑에 한번씩은 아파한 적이 있었던 이였으며, 하루밤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 20년간 헤매는 쿠에노가 여행에 합류 한다. 그리고 물에 빠진 여인을 구해주어 그녀 역시 배에 태우게 된다.
P.172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조당은 그 여행을 시작했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사랑에 상처 받은 한 남자가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운 사랑과 마주하게 되고, 주변을 되돌아보면서 인간관계 또한 챙기게 되는 성장 동화를 한편 본 기분이다.
몇몇 설정은 우리네 감성과 달라 흠짓 흠짓 놀라게 됐지만 동서고금을 막론 하고 사랑은 사랑이다.
페르뒤처럼 과거의 사랑에 20년간 매달리며, 삶을 망가뜨리지 말자. 자신을 소중히 하자.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자.
<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된다 >
* 본 서평은 '박하출판사' 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종이약국>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P.172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조당은 그 여행을 시작했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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