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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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노트>

구묘진 작가의 대학 생활의 기록이 담겨져 있는 일기다. 4년간의 기록. 왜 악어 노트일까?

악어는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되는 특성을 지닌 파충류로서, 규범적인 성 정체성에 의문을 느끼는 '나'를 상징한다.

동성애자였던 작가. 처음에는 많이 헷갈렸다. 그녀가 말하는 그는 누구일까? 여자일까, 남자일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가 말하는 그는 그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솔직한 마음으로 아무런 거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책을 통해서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해서 성소수자가 직접 쓴 책과 인터뷰를 통해 나의 마음은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아무튼 읽는 내내 빠지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1987년 자신을 악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선구자. 구묘진.


대학 4년간의 기록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대학교 생활을 소환시켰다.

난 악어 노트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뜨거운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왜 공부를 해야하고, 학교를 가야 하는지, 방황만하고 다녔는데 꼭 구묘진 작가의 죄의식과 방황이 내 모습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가 악어를 색출해야 한다며 광고하는 분위기라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자신의 졸업식에는 아무도 축하하려 온 사람이 없었다. 악어라는 낙인이 무서웠을까?

사회와 사람이 바로보는 시선만큼 참기 힘든 건 없는 건 같다. 벗어나고 싶었겠지.

격려라는 말을 빌려 '그 시선 신경쓰지 마세요' 그 사람들이 당신 인생 살아주지도 않지 않는가라고 말도 힘이 되지 않는다. 그 시선을 매일 느끼는 사람은 위축되고 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26살 나이에 아름다운 생을 마감한 작가에게 명복을 빈다.

 

대한민국은 더 보수적인 나라다. 조금씩 사회와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 시선은 그대로다.

다양성과 인간의 존엄성이 조금씩 사회와 사람의 인격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가 큰 물결이 될거라고 확신한다. 더 다양한 생각이 인정받고, 전 세계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인정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악어노트를 내 친구처럼 곁에 두고 싶다. 아름다운 표현과 문구가 너무나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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