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된 고양이 책 읽는 교실 3
박서진 지음, 이현진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가 된 고양이>

오랜만에 마음 포근한 소설을 읽었다.

고양이 보리는 어느날 아빠라고 부르는 남자의 차를 타고

생전처음으로 와 본 곳에서 간식과 함께 버려지게 된다.

 

사랑으로 키운 엄마와 유리가 그리고 화난 아빠가

마음이 사그라들면 나를 찾으려 올거라는 희망을 품고 간식 봉지를

버리지 못하고 그 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다.

그 때 초승달이라는 쥐와 우연히 마주친다.

초승달은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처럼

발톱이 짧게 잘린 인간이 키운 고양이들은 육식을 먹지 않고

사료만 먹는 것을 알고 보리와 초승달은 친구가 된다.

난 다른 거 먹어도 돼.

일단은 네 배 속에서 나는 노랫소리부터 그치게 해야 할 거 아니야(p36)

 

배고픔 소리를 달래기 위해 초승달과 보리는 고속도로를 건너 휴게소를

방문한다. 그리고 음식을 쓰레기 봉지와 음식물 통에서 또는

사람들이 버린 맛있는 핫도그를 주워 먹게 된다.

 

세상에는 사료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이 아주 많았다(p38)

 

보리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 그 만남을 위해 기다린다.

그리고 보리가 살던 아파트를 알고 있는 번개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번개는 너를 버린 가족에게 그 상처를 확인하려 가려고 하니,

어리석은 인간에게 사육당한 고양이들 불쌍하다고 외친다.

 

너처럼 버려진 애들이 길거리에서 얼마나 많이 죽어 가는 줄 알아?

그 애들은 인간에게 길들여져서 찻길을 건너는 법도, 먹이를 구하는 법도 몰라.

그래서 결국 차에 치이거나 굶어 죽어, 아니면 피부병에 시달리거나 병들어서

어디선가 몸부림치다 죽어 나가지(p48)

 

보리는 어렵게 가족과 상봉한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 있는 또다른 강아지를 발견하고

하염없이 절벽으로 떨어진다.

 

'저것만 먹고 그만 먹을 거야'

먹고 나면 늘 후회가 몰려왔다.

어디론가 깊은 곳으로 숨고 싶다는 생각에 풀숲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기도 했다(P105)

 

머릿속에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낳아 주었지만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엄마와 길러 준 엄마,

초승달, 번개, 이슬, 풍 아저씨, 휴게소 아주머니까지,

'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그저 버림받았다는 과거에만 매달리느라 정작

나 자신을 진짜로 사랑한 적은 없었던 거야'(P156)

보리는 버려짐 즉 이별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직접 겪으며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음식을 계속 먹어도 그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별의 아픔이었다.

그 아픔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곳을 채울수가 없는 법이다.

 

현실을 내정하게 인식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과 사랑을 난간을 통해

보리는 깨닫게 된다.

 

 

안개 고양이에게 속아 방앗간에 갇힌 보리,

보리를 구하기 위해 고양이를 찾아가는 쥐 초승달의 우정,

보리는 진정한 고양이로 이 세상에 우뚝 서게 된다.

 

어쩌면 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사랑을 듬뿍받으며 살아온 아이,

삶을 살다보면 이별, 사람에게 상처 받은 아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 생활,

그런 속에서 진정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인성을 쌓아올리는 건 아닐까,

 

번개 고양이는 보리에게 끝으로 충고한다.

견디는 게 이기는 거라고(p187)

 

그렇다. 인생은 끝까지 견디는 것이다.

남의 평가와 인색을 견뎌야 한다.

속으로 재수없네 외치며, 견디다 보면

삶도 나름 재밌다. 그리고 보리처럼 당당히 세상과 맞서는 고양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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