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작품선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진웅기.김진욱 옮김 / 범우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작가의 사진을 보면 어딘가 작가 이상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 스타일 때문일까? 그런데 어쩐지 이상보다는 훨씬 병약하고 섬세한 느낌이다. 왠지 툭 건들면 부서질 것 같은... 그는 이상보다는 한 10년쯤 더 산 듯 싶지만 어쨌든 '이상 문학상' 처럼 매년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이 수여되는 걸 보면 문학적 천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작가의 작품보다는 영화 '라쇼몽'에 더 관심이 많았다. 구로자와 아끼라가 찍었다는 전설의 영화 '라쇼몽'. 그런데 알고 보니 그의 작품 '라쇼몽'과 '덤불 속'을 각색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소재는 <곤자쿠 모노카타리>에서 딴 모양이나 어쨌든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나다. 게다가 라쇼몽을 대학 4학년때인 24살에 썼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 김승옥도 그랬지만 ... 역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나는 일련의 천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인 성 싶다)

하지만 작가의 내면의 풍경은 고독과 인생에 대한 환멸, 그리고 예술 지상주의로 가득 찼던 듯 싶다. 그의 어머니는 생후 9개월만에 발광하여 그는 어머니쪽에 입양된다. 불우했던 가정사,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는 육체의 쇠락, 예술가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주변환경등에 짓눌린 작가는 결국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작품들중 [지옥변]은 그 이미지가 굉장히 섬뜻한 작품이었다. 최고의 예술을 위해 딸을 희생양으로 삼은 노화가의 광기. 활활 타는 불속에서 괴로워하는 딸을 그리는 아버지라니!

[덤불 속]은 홍상수감독의 영화 [오! 수정]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 사실성과 상관없이 자기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만 기억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남편의 살인을 놓고 아내와 도적과 살해된 남편의 주장은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혼돈을 가져온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가 자기를 변호하기 위해 급급할 뿐이다. 진실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음울한 회색빛 날씨일 때 읽으면 더욱 작품의 분위기를 타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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