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버린 사랑 - 동양문학총서 2
풍몽룡 지음, 김진곤 옮김 / 예문서원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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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사람 사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여기 숱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세월을 아무리 건너 뛰어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끊이질 않는다. 오늘날에야 긴 문체로 세세히 남녀간의 정한을 이야기하는게 태반이지만 명대에만 해도 사랑 이야기란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명대의 문학가이자 출판가인 풍몽룡이 이런 세간의 이야기들을 모아 엮었다. 세상사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법, 신의를 저버리거나 혹은 남의 사람을 탐해 일어나는 비극적 결말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에도 새겨 들어야 할 대목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총 8편의 단편들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얘기가 바로 <강물에 버린 사랑>이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풍류를 이야기하지 말지니/ 정이란 이 한 글자 제대로 아신다면 / 그 땐 풍류를 이야기하여도 부끄럽지 않으리> 아름답고 속내 깊은 두십량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사내는 결국엔 체면치례에 급급하고 우유부단한 속물이었다. 사랑도 서로 격이 맞아야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단 돈 천냥에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려 했던 이갑 앞에서 두십량은 몰래 챙겨왔던 금은보화를 던져 버린다. 돈이 다 무어란 말인가! 고고한 기녀 두십량이 깨져버린 사랑과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대 진정 사랑을 모른다면 얄팍한 가슴으로 사랑을 얘기하지 말지어다.

<진주 적삼>은 오늘날 상황에 빚대어도 묘한 울림을 주는 얘기다. 바람 피웠던 아내가 다시 시집을 가게 되자 패물을 챙겨 보내는 남편. 사실 오늘날에도 얼마나 많은 불륜들이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가! 가슴은 쓰라리지만 그저 묵묵히 제 상처를 다스리는 남편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송사에 휘말린 사내가 자기 첩의 옛남편이었음을 알고 다시 돌려보내는 사내는 또한 얼마나 가슴이 넉넉한가! 우리는 눈 앞에 보이는 일들에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만큼 큰 아픔이 또 있을까? 하지만 결코 상대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엔 서로에게 보은이 되고 마는 이야기는 그래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외에도 이 책은 간통한 아내와 정부, 일가족을 살해하고 죽음을 맞는 <효자와 간부>, 결혼 전에 정을 통한 뒤 급사한 도령을 위해 아들을 낳고 정절을 지키는 <암자에서 맺은 사랑>, 첩으로 인해 가족의 몰살을 불러오는 <첩 하나가 온 가족을 망치고>등 8편의 짧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든 재물이든 탐욕이 과하면 스스로를 망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올바른 관계 속에서만 결국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교훈적인 내용을 유지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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