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어릴 적 항상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기억이 난다. 뇌, 나무, 개미, 아버지들의 아버지, 파피용 …….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지? 베르베르는 신과 같이 보였고, 그의 넓은 이마는 지식의 보고라 생각했다. 그 후 한 동안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하고, 고전 문학, 철학 작품들을 읽어왔다. 베르베르의 작품을 맘먹고 읽은 것은 못해도 육칠 년만인 것이다. 그 텀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필자의 취향이 바뀐 탓일까? 베르베르의 글쓰기가 변화하지 않은 탓일까? 『상상력 사전』을 읽으며 너무 실망스러웠다. 굉장히 단편적, 피상적 내용이 그득하다. 습작 수준의, 네이버 지식사전 수준의 글들이 육백여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생각난 김에 집에 있던 베르베르의 작품 『카산드라의 거울』을 한번 읽어보려고 했으나 프랑스식 환타지 소설 정도의 수준으로 느껴졌다. 베르베르를 비하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의 작품은 ‘일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예술체계를 이루고 있고, 그 예술이라는 것은 현대에선 굉장한 주관성을 지니기 때문이다.(예술 간에는 서열도 없다.) 한때 베르베르, 기욤 뮈소의 작품이 곧 ‘프랑스적’인 무언가를 대변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생각 역시 좀 변한 것 같다. 볼테르의 『캉디드』를 한번 읽어본다면 ‘이런 게 창의적인 흥미진진한 작품이구나’라고 생각할 여지가 다분하리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