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을 복 - 순리대로 살다 깔끔하게 가겠다는
신문자 지음 / 한사람연구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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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을 복(신문자)

예전에 우울증을 검색해서 관련된 책을 자주 찾아 읽을때가 있었다. 2022년에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렸습니다>를 읽었다. 여성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내는 ‘아미가’라는 e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읽고 후기를 썼었다. 작가님에게 디엠을 드린 것인지 그냥 후기를 올린 것인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작년 말에 신문자 선생님으로부터 디엠이 와서 이번에 나온 책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해서 감사히 받았었다. 출간일 전에 받아본 책이다. <엄마의 죽을 복>

신문자 선생님의 엄마 박순철님은 어느날 파킨슨과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이 책은 어머님과 아버님을 돌본 기록이다. 어머님이 아프시면 아버지가 어느정도 돌볼 여력이 있으면 괜찮을텐데 작가님은 아버지도 함께 케어해야 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열네 살 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 평생 쉴틈 없이 일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만에 아버지는 여든을 얼마 안남기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소위 자식들 모두 잘 키워 내고 먹고살 만한 시점에 아빠는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아빠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친목계나 종친회 총무도 도맡았었다. 관절 문제로 고관절부터 발가락까지 크고 작은 수술을 한 엄마와 달리 아버지는 심각한 병을 앓은 적이 없었다.

어머니를 돌보는 기간동안 대학병원 두 곳, 노인 요양병원 한 곳, 암 전문 요양병원 한 곳, 요양원 연계병원 한 곳. 총 다섯 곳을 돌았다. 병원과 병원 사이에 응급실 두 번, 입원은 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호스피스 병원도 세 곳이 더 있다. 완치를 바라는 것이 아닌 엄마가 사는 동안 덜 고통스럽도록 암이 전이 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항암치료를 선택했다. 항암치료는 문제 세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세포 또한 공격을 하는 것이라 온 몸을 초토화시킨 뒤 다시 회복을 기다리는 시스템이다보니 치료전보다 엄마의 몸이 더 쇠약해진것에 작가님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미안함 혹은 죄책감을 느끼셨다.

암 전문 요양병원은 4인실 기준으로 월 400만원에서 시작한다. 어머니 처럼 거동이 어려운 경우 병원에서는 개인 간병인을 필수로 요구한다. 간병비는 1일에 13만원, 7일에 91만원. 월 364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환자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주사는 따로 금액이 책정된다. 요양 목적으로 보기 때문에 보험 혜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험으로 받은 암 진단료 2000만원과 아빠에게 받은 1000만원을 마련해 그 돈으로 야금야금 병원비와 간병비를 충당했다. 암전문 병원에서 5개월 동안 병원비로 2300만원, 간병비로 1950만원 총 4250만원을 썼다.

p196~197 - 그래서 요즘 나는 ‘곱게 늙은’ 이라는 말이나 ‘젊은이 못지않은 노인’ 이라는 말이 고깝다. 그 말만큼, 곱지 않게 늙거나 젊은이와 달리 늙고 병든 노인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나 사람들의 시선은 더 냉정해지는 것 같아서다. 곱지 않은 노인을 마치 자기 관리에 소홀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병든 것이 마치 천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sns에 보면 30대 같은 외모를 가진 50대 60대 여성 남성의 릴스를 종종 볼때가 있다. 멋지다기 보다는 늙음을 거부하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슬한 기분이 들곤 했다. 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내 나이답게 늙어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죽고 싶으냐고 물으면 ‘병원에서 짧게 머물고 죽었으면 좋겠다’ ‘정신을 잃기 전에 내 죽음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송장처럼 오래 누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하지만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부모의 자녀로서의 마음보다는 그래도 부모의 마음을 따라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오늘 퇴근할 즈음에 엄마로부터 “오후에 약속이나 일정없으면 집에 올레? 별일은 아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짝지에게 엄마 집에 잠시 들렸다 간다고 전화를 하고 엄마 집에 갔다. 엄마(78)는 홀어머니(99)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늘 모든 고민을 혼자서 끌어 안고 78년을 살아오셨다. 어떤 걱정이 생겼는데, 이제는 혼자만 안고 고민하지 않고 자식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싶어 문자를 보내신거였다. 간단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1시간 넘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년전에 연명치료 거부 서명도 했다고 하셨다. 나도 엄마가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한 답을 알고 있지는 않아서 나도 집에가서 짝지에게 이야기 하고 같이 관련 정보를 찾아보겠다 했다. 엄마는 예전엔 죽음이라는게 조금 두렵긴 했는데, 이제는 언제가도 아쉽지는 않다고 하시며 내게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셨다. 물론 자신은 오래 살려고 병원도 부지런히 다니고 그러실꺼라 했다.

작가님의 어머님은 이 책이 나오고 한달 정도 지나서 임종을 맞으셨다. 작가님의 인스타에 올라온 부고 소식을 보고 알았다.

p275- 내가 가까스로 도착한 생각은 죽을 복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 정도다……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좌절이거나 패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니, 몸이 병든 엄마와 마음이 병든 아빠 모두 특별한 불행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 내야 할 하루, 그리고 하루가 있을 뿐이다.

책 후반부에 그래도 괜히 항암치료를 했다고 후회하고 죄책감을 크게 가지시기보단 어머님의 늙음과 병듦을 받아들이시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작가님은 어머님과 아버님의 돌봄기간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어떤 것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일지 형제자매들과 의논하고 고민하셨다. 무거운 돌봄의 시간에 함께하는 형제자매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p276-‘엄마, 요양원 침대에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니게 살아도 괜찮아.’
‘엄마, 엄마가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든든해.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그래도 괜찮아.‘
’아빠, 엄마 없이 그렇게 잘 견뎌 줘서 고마워. 밥만 겨우 해 먹어도 괜찮아.‘
’아빠, 사람 만나기 싫고 집 안에만 있고 싶으면 그렇게 있어도 돼. 괜찮아.‘
’엄마 아빠가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주어진 날을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장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엄마 아빠,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마지막 구절을 보고 나도 크게 위로 받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자기 부모의 병듦과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은 쉽지 않을텐데 작가님의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정보적으로도 마음적으로 큰 도움과 위로가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아플때 나는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해야할지 참조가 되는 책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어머님 박순철님의 명복을 빌고 아버님 신동주님도 무기력하더라도 잘 지내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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