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저 하루치의 낙담(박선영)

서평 이벤트를 신청해서 받은 책인데, 읽어보니 좀 난감하다. 내 취향의 책이 아니었다. 서평을 쓰겠다는 약속으로 받은 책이니 서평을 써야겠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별로였던 이유를 길게 나열하기는 좀 그렇다. 그래서 책에서 나온 몇가지 주제에 대한 내 생각들을 적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

저자는 한국일보에서 17년간 근무하셨고, 직장을 그만두고 7년이 흘러서 이 책이 나왔다. 저자는 윤리적 허영이 있다고 인정하고, 건강염려증 환자라 고백하고, 중증 의미병 환자라 고백하고, 있어보일러티 때문에 있어보이고 싶어서 신문기자가 된거 같다고 고백하고, 훌륭한 인간이 되고 싶어하고, 망상적 자아비대 문학도였음을 고백하고, 한때 여행에 대한 게걸스러운 식탐이 있었음을 고백하고(여행 강박증), 인간으로서 조금은 숭고하고 싶다고 말하고, 성공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분열적인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 점을 좋게 보는 독자도 있는 것 같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다. 솔직하게 이 책의 컨셉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담백하게 쓰는 걸 좋아하고, 자신이 아는 범위안에서만 쓰는 걸 좋아한다. 세상을 분석하거나 한국인을 분석하는 하거나 사람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 보다는 그냥 내가 살아온 삶속에서 내가 경험한 것만 이야기 하는 것에 더 마음에 가는 편이다.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챕터가 있다. 고통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슬픔과 힘듦은 수시로 나에게 덥치는 것이다. 29년의 우울증 기간속에서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든 줄 알았다. 아픔속에 깊이 빠져 있으면 자신밖에 보지 못한다. 우울증이 심해질때마다 늘 옥상에 올라갔고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다. 몸이 멀쩡한데도 삶이 이렇게 힘든데, 혹여나 자살에 실패하면 그 삶을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확실히 죽을게 아니라면 시도할 수 없었다. 무섭기도 했다. 이런 형편없는 나라도 살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느꼈고, 그래서 살아야 겠는데 어떻게 살아야 이 우울증을 벗어날수 있는지 몰랐다.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그렇게 반복적으로 오래 받았어도 우울증은 늘 수시로 찾아왔다. 내가 과연 나아질수 있을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주변에 좋은 어른도 없었고 롤모델도 없었다. 롤모델을 찾기 위해서 생전 책을 읽지 않던 내가 도서관을 찾았다. 롤모델이 어려움을 극복한 극복스토리의 주인공이라 생각지 않았다. 이 우울증이라는게 극복할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걸 인식은 했던거 같다. 평범하지는 않는데 자신의 방법을 찾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당시 우울증 책은 없었지만 우울증 외에도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들을 읽었다. 세상에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겁지만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는 그 이야기들이 위로가 되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그 많은 힘든 사람 중에 하나라니 약간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우울증이 없어지는건 아니었다. 페미니즘은 내게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초중고 대학 친구가 없고 대학을 중퇴했고 군대에서 손목을 그었고, 미래가 두렵고, 우울증이 있어도 그냥 내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큰 아픔을 겪은 사람과 무난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사람이 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걸 배웠고, 세상에는 소수자로서 부당하게 차별받고 아픔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지금 누리는 행복이 내 노력만으로 얻은 것은 아니라는 겸손을 배웠고, 내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걸 배웠다. 세상의 멸망을 내가 막을수는 없지만, 무언가라도 내가 할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멸망하는 세상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임을 배웠다. 29년간의 우울증의 시간이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이 앞으로 남은 생에서의 나에게 엄청난 원동력이 되어주었음을 이제야 그 시간을 끌어안을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아픔과 내 우울증에 한해서 전문가이지,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들을 찾아 읽는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려고 읽는다. 내가 모르는 다른 아픔을 지닌 사람 옆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옆에 있어야하는지 알기 위해 읽는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그 누군가와 함께 살기 위해 공부하고 읽는다. 나는 내 아픔만 알 뿐이다.
(서평이벤트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