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 Dear my body, Dear myself
이유진 지음 / 마고서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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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이유진)


유진 씨가 오랜시간 힘내어 쓴 글을 읽었다. 나는 몸이 크게 아픈 경험은 없지만, 우울증을 오래동안 겪어(앓아) 왔다. 아토피라는게 막연히 힘든 병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토록 사람을 괴롭게 하고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병인줄 몰랐다. 저자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솔직하게 적었다. 귀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함께 공감하고 읽을수 있게 글을 써주신 것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아토피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나는 왜 남들과 다른지, 왜 나여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고 하셨는데, 나는 우울증(무기력) 때문에 오랜시간 괴로워하고 죽음을 자주 생각하면서 그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며 이렇게 고통스러워 할까.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나의 우울증의 경력(?)은 30년이다. 30년동안 많이도 괴로웠고, 무얼 할 의지가 꺽이고 지쳐서 죽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 내 옆에는 짝지가 있었다.

무기력으로 낭비한 시간이 많았다. 무기력으로 흘려 보낸시간이 많았다. 저자가 아토피 때문에 휴식의시간을 강제로 보내고 나서 몸이 괜찮아졌을때는 그 잃어버린 시간만큼 보상하기 위해 자신을 치열하게 다그쳤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무기력으로 낭비한 시간을 상쇄하기 위해 무기력에서 벗어나면 열심히 열심히 애를 썼다. 그 애씀을 보고서 사람들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곤 했다. 나는 언제 다시 무기력해질지 두려웠다. 그래서 무기력해지지 않으려 늘 긴장하며 지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 무기력으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면 정말 살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무기력과 애씀의 반복. 그 반복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하고 지치게 했다. 

나의 우울증 경험을 감히 저자의 아토피 경험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할때 내게 마음을 써 주시는 글들을 댓글로 달아주셨던 것 같다. 

책에는 저자의 상담경험도 나오는데, 나의 상담 경험도 떠올랐다. 저자는 메일을 통해 상담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나는 예전에 그 생각을 못한게 아쉽다. 아마 저자보다 글쓰기에 대해서 흥미가 적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게도 너무 고마운 상담선생님이 생각나서 선생님에게 긴글을 문자로 보냈다. 

나의 제일 첫번째 목표는 우울증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다. 죽으려고 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짝지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써의 예의이자 기본이기도 하다. 저자도 아토피와 상담 치료에 대해서 당분간 보류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토피가 난치병이기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인 결과다. 

저자는 아토피와 우울증때문에 오랜시간 힘들어 했지만, 나는 저자가 가진 힘을 믿는다. 나라면 그렇게 못살아 왔을 것 같은데, 저자는 나보다 훨씬 내면의 힘이 크다고 믿는다.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고맙고 고마운 책이다. 페미니즘 활동은 약자의 말하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이며 언제든 한 명이라도 들어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했다.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는 몸과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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