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서는 뭘 하고 지내지?
아무것도 안 해요.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죠.
그럼 겨울에는 뭘 하지?
대답을 떠올리며 미소 짓자 그가 눈치를 챘다. "말하지 마. 여름이 오길 기다리는 거지?"
마음을 읽힌 것이 좋았다. 그는 고역스러운 만찬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릴 것이다.-16p 中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장난으로도 좋고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는 큰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 줘요. -310p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카루의 달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달걀 하나로 지지고 볶고 삶고, 인생도 배운다.
책조차 읽기 싫은 아픈 몸에도 읽을 수 있는 힐링 드라마.

"나오코, 좋은 것 가르쳐 줄게."
"응?"
"인간의 마음은 절대 상처 입지 않는대. 상처 입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연마된 거래."
"무슨 뜻이야, 그게...?"
"아까 인생은 가지각색이라고 했지? 그 가지각색의 경험을 전부 까끌까끌한 사포라고 생각해 봐. 사포가 마음을 아프게 해도 꾹참고 그 고통을 극복하면 이전보다 더 반짝반짝 구슬처럼 빛나는 마음을 갖게 돼." -108p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타로, 자네, 딸이 만약 실패하면……."
"아니야, 후루타치 씨. 인생엔 원래 ‘실패‘라는 게 없어."
"죽은 내 아내가 말하기를, 인생에는 ‘성공‘과 ‘배움‘만 있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사는 인생, 재미없잖아?" -170p 中

"그럼 가르쳐줄게. 있잖아……." 타마짱이 저 멀리 산줄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엄마랑 같이텔레비전으로 만화를 보고 있었거든. 거기 나오는 소심한 캐릭터 를 보고 이런 말을 해줬어. 인생을 살면서 ‘작은 모험‘에 나서지못하는 사람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놀이 정신‘이 조금 부족한 거라고."
"놀이 정신…."
"응, 인생은 딱 한 번뿐인 ‘놀이 기회‘래. 그러니까 즐기자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대."
-263p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전설속의 동물 용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대부분 신묘한 영물로 신성시되어 숭배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왕이나 황제의 상징이 되어 위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용은 단지 신화속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생김의 유래도 여러가지고 중국에서는 9가지 동물이 합쳐진 동물이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그런 용이 사람과 가까이에서 그것도 우리가 매일 타는 지하철이 용이라면? 이러한 상상은 해본적도 없지만 그동안 그려져왔던 용의 모습이나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전작에서 당나라 장안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장안의 모습과 그 속에서 숨막히는 액션을 보여주었던 작가 마보융이 이번에도 장안에서 상상력을 펼친다. 당나라 장안 시민들은 어딘가로 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가고 거기에는 살아있는 지하룡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하늘로는 소힘줄을 이용한 공군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소설을 시작하고 분명 당나라 장안의 고대시대인데 내가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하룡은 매년 폭포에서 물살을 거슬러 뛰어올라 용문을 어렵게 통과하는 잉어가 용으로 변신하는 순간 포획하여 이용한다. 용이 포획되는 순간 용의 분노가 담긴 역린을 스스로 떼어내는데 그 역린에 쌓여 악의 기운이 강한 얼룡이 탄생한다. 대장군 이정의 아들 10살 소년 나타는 장안에서 지하룡와 우연히 친구가 되고 용들이 쇠사슬에 묶여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어느날 얼룡의 습격이 있고 당나라 공주 옥환과 공군 비행사 심문약은 나타와 함께 얼룡을 퇴치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지하룡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어린 소년 나타의 고군분투 활약이 어이진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용과 장안을 배경으로 한 상상의 이야기는 그 상상력 만큼은 놀라운 느낌이다. 늘 신성시 되던 용이 사람들에 의해 제압당하고 이용당하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판타지 세계라서 생소하고 신기했지만 어린 소년이 활약하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고 흡인력 있게 읽혔다. 원래가 상상의 동물인 용이 소설속에서 지하룡으로 나오고 악의 상징인 얼룡의 모습이나 얼룡이 습격해 아수라장이 되는 거대한 장안의 모습, 얼룡을 퇴치하기 위해 동원되는 공군의 비행기와 도사들의 모습 등 소설을 읽는 내내 상상에 상상을 더해 그 모습을 그려보면서 더욱더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전작인 <장안 24시> 에서 눈앞어서 그려질듯한 스케일의 시각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가의 역량이 이번 소설에서도 여실히 발휘된 듯 하다. 이 소설 역시 영상화 한다면 더욱 화려한 볼거리가 될지 않을까 싶다. 중국 문학을 여러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상화 했을때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작가 마보융은 단지 두 작품 밖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판타지와 상상력의 귀재라도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소설의 말미에는 짧은 단편 3개가 실려있다. 읽기 전에는 소설의 외전인가 싶었지만 소설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별책 부록처럼 실려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 역시 모두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만리장성을 탐험하기 위한 두 여자의 미스터리한 하루밤 이야기 ‘고북구 출입금지구역’ , 어느날 날아든 초대장으로 만리장성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탐사를 떠나는 유학생 이야기인 ‘고고물리학’ , 화성에서 고향인 지구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녀의 이야기 ‘대접근 대이동’은 짧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신화속 용과 비행기가 날으는 고대 장안의 모습이 그려진 소설은 색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남자가 12명을 살해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죽은 이들은 정부의 고위직들이었고 그는 그들을 죽인 후 저항도 도망도 없이 깔끔하게 체포되었다. 사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사형수로 수감된 후에도 조용히 지내지만 그는 그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분명 이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했다면 그는 분명 극악무도한 악마라고 생각했을게 틀림없다. 하지만 소설은 이미 그에 대한 이러한 판단을 내려지게 한 후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악인임을 드러낸 수감번호 474 신해준과 그의 담당 교도관 윤, 그리고 신해준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의 누나 신해경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담당 교도관 윤은 474 신해준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궁금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것처럼 그에게 묻지 않는다. 철저히 무관심 한듯 대하지만 그로 인해 그가 스스로 털어놓기를 기다린다. 그런 474도 윤에게만은 다른 사람과 다름을 느끼고 호기심을 가진다. 법적 판단으로도 겉으로 드러난 팩트만으로도 그는 분명 악인이며 악마이다. 그 시작점과 소설을 다 읽은 그 종점 사이에는 474의 이야기가 있지만 여전히 그가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정당성이나 악인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474 신해준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을 통해 악과 악인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서 각자에게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 어떤 사람이 악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 말이다. 다만 그럴 자유는 있다. 12명을 죽인 474는 분명 누구에게든 악인이지만 물리적이로 사람을 죽인게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악인은 많은게 이 세상이다. 소설을 읽고 생각난 단어는 '악의'. 우리는 누구에게든 악인이 될 수 있지만 그럴 때면 '악의는 없었다' 라는 간단한 말로 죄책감을 덜어낸다. 조금 어릴 때에는 그 말이 해도 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나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니가 어떤 상처를 받았든 난 악의가 없었으니 상처받지 말라는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반대로 상처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악의가 있든 없든 이미 상처를 받고 난 후이다. 그 상처는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악인일 것이며 그래서 선과 악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법은 일어난 일의 결과로 죄를 판단합니다만 사실 인간은 결과로 죄를 짓는 게 아닙니다. 의도가 죄죠.” -127p

 

 

그런 면에서 474 신해준은 죄책감도 없지만 악의나 의도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악인일까 아닐까. 아니라고도 맞다고도 하기 힘든 그의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스스로 잡혀 스스로 사형을 빨리 집행해 달라는 474 신해준이 누나 신해경을 만나고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충격적인 말로 주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신해경으로 인한 심경의 변화는 그에게 작으나마 살고 싶다는 의지를 심어주지만 그로 인해 교도소의 사람들에게 더욱 불안과 분노를 심어준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며 474에게 더할나위 없이 분명한 ‘악의’를 가지고  분노를 퍼 부운 교도 소장을 비롯한 교도관들은 분명한 악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이 판단한 그의 죄는 악인임이 분명하다고 말하지만 그 또한 한번쯤은 악의를 가지고 악인이 된 적이 있는 인간의 판단이다. 심지어는 망각이라는 편리한 인간의 기능으로 자신은 모두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으면 세상 없는 악인이라며 비난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손톱밑의 가시가 가장 아픈 이기적인 존재이니까. 기록으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같은 존재인 그는 누군가의 필요로 인해 살인을 할 때에만 존재감을 느낀다. 그럴때 마다 마신 콜라캔의 뚜껑의 수는 샐수도 없는 극단적인 악인 474를 통해 우리 모두 악의를 가지고 있는 악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범인이 분명하고 판결이 끝난 사건 속에 있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작가만의 악과 악인에 대한 관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미스터리 소설보다도 더 강한 흡인력과 속도감, 흥미진진함이 느껴진 소설이다. 짧지만 소설로서의 흥미로움과 재미, 흡인력있는 필체로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은 앞으로의 작가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