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전설속의 동물 용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대부분 신묘한 영물로 신성시되어 숭배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거나 왕이나 황제의 상징이 되어 위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용은 단지 신화속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생김의 유래도 여러가지고 중국에서는 9가지 동물이 합쳐진 동물이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그런 용이 사람과 가까이에서 그것도 우리가 매일 타는 지하철이 용이라면? 이러한 상상은 해본적도 없지만 그동안 그려져왔던 용의 모습이나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전작에서 당나라 장안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장안의 모습과 그 속에서 숨막히는 액션을 보여주었던 작가 마보융이 이번에도 장안에서 상상력을 펼친다. 당나라 장안 시민들은 어딘가로 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가고 거기에는 살아있는 지하룡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하늘로는 소힘줄을 이용한 공군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소설을 시작하고 분명 당나라 장안의 고대시대인데 내가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하룡은 매년 폭포에서 물살을 거슬러 뛰어올라 용문을 어렵게 통과하는 잉어가 용으로 변신하는 순간 포획하여 이용한다. 용이 포획되는 순간 용의 분노가 담긴 역린을 스스로 떼어내는데 그 역린에 쌓여 악의 기운이 강한 얼룡이 탄생한다. 대장군 이정의 아들 10살 소년 나타는 장안에서 지하룡와 우연히 친구가 되고 용들이 쇠사슬에 묶여 하늘을 날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어느날 얼룡의 습격이 있고 당나라 공주 옥환과 공군 비행사 심문약은 나타와 함께 얼룡을 퇴치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지하룡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어린 소년 나타의 고군분투 활약이 어이진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용과 장안을 배경으로 한 상상의 이야기는 그 상상력 만큼은 놀라운 느낌이다. 늘 신성시 되던 용이 사람들에 의해 제압당하고 이용당하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판타지 세계라서 생소하고 신기했지만 어린 소년이 활약하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고 흡인력 있게 읽혔다. 원래가 상상의 동물인 용이 소설속에서 지하룡으로 나오고 악의 상징인 얼룡의 모습이나 얼룡이 습격해 아수라장이 되는 거대한 장안의 모습, 얼룡을 퇴치하기 위해 동원되는 공군의 비행기와 도사들의 모습 등 소설을 읽는 내내 상상에 상상을 더해 그 모습을 그려보면서 더욱더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전작인 <장안 24시> 에서 눈앞어서 그려질듯한 스케일의 시각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가의 역량이 이번 소설에서도 여실히 발휘된 듯 하다. 이 소설 역시 영상화 한다면 더욱 화려한 볼거리가 될지 않을까 싶다. 중국 문학을 여러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상화 했을때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작가 마보융은 단지 두 작품 밖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판타지와 상상력의 귀재라도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소설의 말미에는 짧은 단편 3개가 실려있다. 읽기 전에는 소설의 외전인가 싶었지만 소설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별책 부록처럼 실려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 역시 모두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만리장성을 탐험하기 위한 두 여자의 미스터리한 하루밤 이야기 ‘고북구 출입금지구역’ , 어느날 날아든 초대장으로 만리장성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탐사를 떠나는 유학생 이야기인 ‘고고물리학’ , 화성에서 고향인 지구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녀의 이야기 ‘대접근 대이동’은 짧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신화속 용과 비행기가 날으는 고대 장안의 모습이 그려진 소설은 색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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