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아베나오미]추억과 정성을 먹는 따뜻한 도시락 이야기.

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도시락 좀 봐도 될까요?”
참으로 뜬금없는 부탁이다. 내 도시락을 보자니. 나 같으면 불쾌하다기 보다는 정말 소박하고 보잘것 없는 내 도시락이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것 같았다. 여기, 이 책의 인터뷰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처음 작가에게 도시락 취재 부탁을 받았을 때에는 왜 도시락이지? 라는 의문과 정말 평범한, 특별할 것이 없어 취재할 것이 있겠나 하는 마음이었던 것. 하지만 그런 평범함과 소박함이 세상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도시락에 관한 특별한 추억은 없다. 다만 내가 도시락의 마지막 세대였다는 점. 우리 학년을 마지막으로 아래 학년부터는 급식 세대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도시락은 무엇보다 친근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요즘은 급식으로 모두 똑같은 반찬으로 밥을 먹지만 도시락이란 무릇 누가 무슨 반찬을 싸 왔느냐가 가장 관건! 급한 아이들은 첫 교시가 끝나자마자 도시락을 먹어버리곤 했고 점심시간이면 몇몇 친구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같이먹고 반찬을 같이 나누어 먹었더랬다.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했던 고등학교때에는 저녁을 사먹을 때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시락을 2개씩 싸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무겁게 갖고 다녔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내 학창시절과 도시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추억의 아이템이다.

'도시락의 시간'은 그래서인지 내 예상보다 더욱 더 친근하고 포근했으며 따뜻했다. 단순히 맛있겠다는 1차원적인 느낌 뿐 아니라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일 열심히 하며 사는 우리내 이웃이고 저마다 도시락에 관한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도시락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뭍어있다. 열심히 일한 후 먹는 도시락은 단지 끼니를 때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도시락을 싸주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을 함께 먹는다는 것.

"도시락은 둘이서 먹는 거잖소. 싸주는 사람과 그걸 먹는 사람 둘이서 말이오. 만들어 주는 사람의 기분이 전해지기 때문에 늘 고맙게 생각해. 아마 그래서 좀 맘에 안 들어도 아무 말도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허허". - chap13

내가 먹지 않는 반찬이 있더라도 고마운 마음에 먹는 것이 도시락이 주는 매력과 따뜻함이 아닐까. 중간중간 취재 뒷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칼럼도 깨알같은 볼거리였다.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싸준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만을 받았었는데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할 때 그 어떤 것 보다 도시락이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꼭 따뜻한 도시락을 누군가에게 싸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

[잠복-마쓰모토 세이초]인간 내면을 드러내는 진정한 걸작!

잠복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사회파니 본격이니 하는 구분은 사실 짓지 않고 마구잡이로 읽었다. 읽은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뒤적여보니 사회파 추리나 본격 추리나 구분짓지 않고 고루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고르는 제 1순위가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내가 정말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나보다를 알게됐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는 이번 단편집 '잠복'으로 처음 알게됐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며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수식이 붙은 저명하신 분이었다. 말하자면 추리소설의 고전쯤으로 볼 수 있는 이번 단편 추리 소설집 <잠복>은 꽤나 내 취향에 맞는 추리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흡인력으로 읽어냈던 책이었다. 한마디로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과연 거장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았다.

잠복에는 제목과 같은 단편 '잠복'을 포함해 '얼굴', '귀축', '투영', '목소리',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 년 반만 기다려', '카르네아데스의 널'로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답게 사건의 플롯과 함께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와 사회 전반의 묘사가 특징적이며 이 또한 뛰어나다. 특히나 내게 기억에 남았던 단편은 제목과 같은 '잠복'과 '목소리', '카르네아데스의 널'이었다. '목소리'에서는 서로 관련이 있는 두 가지의 살인사건과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용의자 몇을 던져놓고 범인이 누구게? 라는 수수께끼를 내놓는 기존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범인이 어떻게 사건을 벌였는가 하며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인간 내면의 잔인성을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카르네아데스의 널'에서는 특히 '사회파'라는 느낌어 강하게 들었다. 사람의 욕망과 사회적 부조리에서 나오는 인간의 잔인성이 그대로 드러났던 작품이었다.

8편의 작품 모두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재미있었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고 자극적일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추리소설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를 떠나 물리적인 잔인함이 강하고 자극적인 추리소설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 보다는 정말 내면에서 우러나는 오싹함이랄까. 피 한방울 안나와도 이런 느낌이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마스모토 세이초의 추리단편 '잠복'이 그런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귀신이니 제이슨 같은 잔인한 살인마도 오싹하지만 알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이 진정한 잔인성과 거기서 나오는 오싹함이 진정한 미스터리 추리가 아닌가 생각을 하는 나로써 '잠복'은 그런 점에서 더욱 빠져들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크로스드

크로스드 ㅣ 매치드 시리즈 2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7월

앨리 콘디의 판타지 로맨스 '매치드' 3부작의 2부 <크로스드>는 전편 <매치드>에서는 가까운 미래 소사이어티라는 공간 속에서 모든 것을 통제 속에 살아가는 시민과 바깥세상에 살아가는 일탈자 등 분류된 인간 세계의 묘사와 주인공 소녀 카시아와 카이의 만남과 조심스러운 로맨스의 시작을 이야기 했다면 일탈자로 바깥세상으로 가게 된 카이를 찾아 떠난 카시아의 모험과 시련 끝에 만난 두 사람의 본격적인 로맨스를 이야기한다.

시리즈 출간일의 간격이 꽤 되어서 1부의 내용이 가물할 듯 했지만 2부를 읽기 시작하고는 점점 1부의 내용이 잘 떠올랐다. 1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연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해도 될 듯. 여전히 소사이어티와 바깥세상, 그리고 2부에 나오는 대협곡과 그곳에 사는 '비정상'이라는 분류는 판타지 장르답게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다. 통제된 소사이어티에서 사는 사람들이 시민이 되고 오히려 통제가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세계. 그다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상이 편리해질 수록 글을 쓸 일이 없어질 거라는 상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소사이어티라는 세계가 우리의 미래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카이와 카시아의 로맨스는 역시 하이틴 로맨스답게 약간은 오글거리고 유치한 감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 그런점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걸리는 점이 아니었기에 어려움 많은 두 사람의 사랑이, 통제 사회 소사이이티는 3부 리치드에서 어떻게 될지 기대하며 책을 덮어본다.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판타지 로맨스 소설.

명탐정의 아들

명탐정의 아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단 몇시간 만에 읽어낸 소설이었다. 그 속도감이나 흡인력이 강함은 물론 뒷 부분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성 또한 이러한 속도감이 한 몫을 했다. 물론 내용이 재미있다는 전제에서이다. 단순하고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 딱 내 취향의 소설이었다. 이래서야 밀란 쿤네라나 카프카 등의 소설은 어찌 감당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내용까지 쉬운건 아니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청소년 자살이나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문체로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제목 그대로 명탐정의 아들이 주인공이다. 그 이름도 기묘한 고기왕! 요녀석 딱 동생삼고 싶은 똘똘한 녀석이다. 내다버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밉상 아빠 명탐정 고달명과 이름조차 나오지는 않지만 믿음직한 친구 몽키! 고양이나 개를 찾아주는 의뢰만 들어오다 어느 날 고가의 행운의 열쇠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그 열쇠의 주인이 얼마 후 죽음으로 더욱 커진 의혹에 우리의 명탐정 아들 고기왕이 나선다. 행운의 열쇠 주인인 오유리의 죽음에 대해서 알아볼 수록 주인공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서 더욱 더 사건 해결에 열심히 임하게 된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거나 겪고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이다. 왕따와 자살 등. 내가 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왕따는 있었지만 소설속에 그려진 것 처럼 그렇게 심한 괴롭힘은 없었다. 성적비관이나 기타 다른 문제로 자살하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따돌림의 문제로 자살은 없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그 둘은 세트가 되어 있는 씁쓸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주인공 고기왕이 따돌림과 괴롭힘에 가담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녹음한 부분에서는 특히 더욱 더 씁쓸함을 자아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문제는 학교나 가정 등의 어른에게 책임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명분이 있다해도 이러한 따돌림은 문제가 있는데 어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셜록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저명한 탐정 추리 소설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우리의 명탐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위도 잊게했던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소설.

서울의 숨은 골목

서울의 숨은 골목 -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자라면서 우리집은 몇번의 이사를 했었고 내가 태어난 동네에서부터 지금 살고 있는 동네까지 떠

올려보면 생활은 무척 편리해 졌으나 마음의 편안함은 많이 사라졌음을 알게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적 동네는 이웃집집 누가, 몇 식구가 사는지 알고 눈 맞추며 인사하고 학교도 같이 가는 친구가 있었으며 학교를 마치고 골목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그때는 '내 동네'라고 부를 정겨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가고 이사를 거듭할 수록 그런 느낌은 어느새 사라졌다. 블록을 쌓아놓은 듯 반듯하고 정돈된 비주얼은 있지만 마음의 편안함은 사라진 지금 '서울의 숨은 골목'을 보며 옛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에 살지 않아서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시끌벅적 삐까번쩍' 하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몇몇곳은 TV에서도 여러번 나온 유명한 곳이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서울에 살아도 모를 법한 그런 예스러운 골목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그런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서울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고 아직까지 서울에도 그런 골목이 많이 남아있다는게 신기했다. 오히려 이런 골목들의 소개라서 나는 더 좋았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그 골목들에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역사적으로 아주 유서깊은 곳이라던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같이 사신 토박이 주민들의 이야기들의 정겨움이 있어 좋았다. 그런 주민들의 사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미니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 깨알같은 소소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골목만을 소개해주는 지역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저 높고 화려한 볼거리와 편리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골목만의 정겨움을 살려두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을 덮어본다.